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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흔드는 ‘명태균 리스트’… 明과 접촉 정치권 인사 20여명

입력 | 2024-10-11 03:00:00

공천개입 의혹 명태균 파문 확산
지역 여론조사 업체 활동한 明씨… 尹 정치 입문뒤 최소 4차례 만나
이준석 “明씨 말 사실관계 꽤 맞을것”
김종인 “보선前 찾아와… 맨 거짓말”
한동훈 “明, 정치인 약점 잡은듯 행동… 국민들이 그걸 어떻게 보겠나”




김건희 여사의 ‘김영선 공천 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명태균 리스트’가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여론조사 업체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2021년부터 최소 네 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되고, 명 씨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정치권 인사들이 여야를 포함해 20여 명으로 늘어나면서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명 씨를 만나본 사람은 두 가지로 확 갈린다”며 “한쪽은 예지력, 인사이트가 있어 보이더라, (다른 쪽은) ‘사짜’ 냄새가 나더라고 했다. 사기꾼 할 때 ‘사’자”라고 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연일 명 씨의 녹취록이 재생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유력 여권 정치인의 관계가 계속 드러나면서 당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0일 명 씨와 관련해 “국민이 저런 사기 전과자가 마치 (정치인들의) 약점을 잡은 듯이 ‘나를 어떻게 할 거야’ 공개적으로 인터뷰하던데 그걸 어떻게 보시겠는가”라며 “(명 씨와 관련된) 본인들이 일단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선 때 尹-이준석-김종인 연이어 만나

여권 인사들은 대체로 명 씨를 “정치 브로커”로 묘사하고 있다. 이런 인물이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부터 올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윤 대통령을 포함해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과 수차례 접촉한 것이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자택에서 명 씨와 함께 만났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저분이 하는 말 중에 과장이 있을 순 있어도 사실관계는 맞는 게 많을 것”이라며 “오만 사람들이 부인하다가 사실관계가 드러나서 망신 사고 있다”고 했다. 명 씨와 공방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루된 여권 인사 대부분이 선거 브로커에 당한 사람들”이라며 “굳이 부인해서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넘어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명 씨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 김 여사와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는 본보에 “(대통령이) 사람 넣어서 나를 찾아왔지. 그래서 내가 만나러 갔지”라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명 씨를 ‘명 박사’, 김 여사는 ‘명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연결고리는 김영선 전 의원이다. 이준석 의원이 2021년 국민의힘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이 의원, 그의 멘토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윤 대통령과 연결해줄 인사가 필요했고, 이에 김 전 의원이 명 씨를 추천했다는 것.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김 여사와 같은 선산 김씨다.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기 전후로 연락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와는 2018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준비하며 만났다.

김 전 의원은 명 씨를 김 전 위원장, 이 의원에게도 소개했다. 명 씨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 “내게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하루에 대여섯 번도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 명 씨가 인사차 방문했다. 이후 연락하지도 보지도 않았다. 맨 거짓말만 한다”고 날을 세웠다.

명 씨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하는 전화를 연결했다. 또 이 의원과 윤 대통령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도 자처했다. 이후 명 씨는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이 국민의힘 입당을 논의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명 씨가 대선 시기 윤 대통령의 단일화 상대였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만난 사진도 나왔다. 또 당시 안 의원 측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과 윤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한 카카오톡 대화도 공개했다. 다만 안 의원은 “명 씨를 만난 적도 없고, 역할을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 오세훈-원희룡-나경원과도 만남

명 씨는 김 전 의원의 소개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만났다. 명 씨는 한 언론에 “오세훈을 만든 것, 그게 내가 한 것”이라며 “판 짜고 여론조사 들고 다녔다”고 했다. 오 시장은 대변인을 통해 “명 씨는 김 전 의원이 소개했고, 관계 유지를 조언했지만 아시다시피 이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7·23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였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일주일 간격으로 명 씨를 만난 사실도 공개됐다. 여권에서는 “명 씨가 단일화를 중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명 씨는 “그냥 만나달래서 만나준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2021년 나와 이 의원이 출마했던 당 대표 경선 당시 (명 씨가) 이 대표 1위 만들기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고, 원 전 장관 측은 “김 전 의원이 소개해줘서 만났다”는 입장이다.

영남 지역 정치인인 홍 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명 씨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시장은 최근 명 씨를 “여론조사 조작 선거 브로커”라고 공격하고 명 씨는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하면 저보다 홍 시장님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박 지사는 국민의힘 의원이던 대선 시기 명 씨의 소개로 윤 대통령을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만났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2월 총선 시기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명 씨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폭로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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