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금액, 단지별로 최대 85억 많아 “남은 철근 어디 갔는지 파악도 못해”
지난해 철근 누락이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단지 23곳 중 21곳에서 당초 설계보다 철근이 과다 주문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대비 최대 20% 가까이 철근을 초과 주문했는데, 막상 하중을 버티는 데 중요한 전단보강근은 누락한 것이다. LH 전관이 재취업한 업체가 최근 2년간 매입임대 주택 위탁관리 용역의 80%를 수주했다는 전관 특혜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10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난 LH 23개 단지 가운데 21곳에서 설계량보다 철근을 더 많이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철근 주문 금액은 설계 때 산정한 금액보다 단지별로 최소 4억 원에서 최대 85억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평택시 소사벌 A-7블록은 철근을 설계량 1809t보다 353t(19.5%) 많은 2162t을 주문했다. 자재비가 12억 원 더 늘었다. 경기 오산시 세교 2A-6블록은 철근 주문·시공량(4159t)이 설계량(3945t)보다 5.4%(214t) 많았다. 철근 주문 금액은 설계 때보다 24억 원 증가한 43억 원이었다.
문제는 예상보다 많은 철근을 주문하고도 안전에서 중요한 전단보강근은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누락했다는 점이다. 전단보강근은 길이 45cm, 무게 0.5kg 정도의 짧고 가는 철근으로, 보 없이 기둥이 콘크리트 천장을 떠받치는 무량판 구조에서 하중을 견디는 데 필수적이다.
LH 전관 특혜 문제가 기존에 밝혀진 설계 감리 등 분야 외에 매입임대에서도 발생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2∼2024년 LH 출신 임직원이 재취업한 업체 2곳에서 LH가 발주한 매입임대 위탁관리용역 54건 중 42건(77.8%)을 수주했다. 2개 업체는 각각 LH 2급 이상 퇴직자 1명 등 총 4명의 전관이, 다른 업체는 2급 이상 3명을 비롯해 8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 중 한 곳에는 매입임대 사업을 주관하는 주거복지본부장을 거쳐 1급 본부장으로 퇴직한 전관도 있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