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잠실역 인근 창고서 도난”… 경찰, 40대 창고 업체 관리자 체포 현금속 “모른척하면 말 안할것” 메모 범인 “40억 훔쳐”… 28억 행방 추적 피해자, 돈 출처 함구… 경찰 수사
서울 송파경찰서는 보관 서비스 업체에 맡긴 현금 수십억 원을 훔쳐 달아난 40대 남성을 5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신고 피해 금액 68억 원 가운데 39억 원가량을 압수했다. 송파경찰서 제공
무인 창고에 보관해 둔 현금 68억 원이 사라졌는데, 경찰에 붙잡힌 절도범은 ‘창고 관리자’였다. 이 관리자가 “40억 원만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은 나머지 28억 원의 행방과 고액의 현금이 창고에 보관된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10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근처의 한 무인 임대형 창고에 침입해 다른 사람의 창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 최소 40억 원을 훔친 40대 남성을 야간방실침입절도 등 혐의로 체포해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해당 창고업체의 중간 관리자로, 거액의 현금이 보관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그는 지난달 12일 오후 7시 4분경부터 13일 오전 1시 21분경까지 돈을 빼낸 뒤 같은 층에 있던 자기 아내 명의의 다른 창고에 보관했다가 15일 여러 차례에 걸쳐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건물 창고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는 이 과정에서 범행을 감추기 위해 창고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도 훼손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약 3주 만인 2일 경기 수원시의 한 거리에서 피의자를 붙잡았다. 부천의 건물 창고에서는 피해 금액 중 39억2500만 원을 발견해 압수했다. 경찰은 이 돈 외에도 피의자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훔친 돈 중 9200만 원을 지인에게 건넨 것으로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절도 금액은 총 40억1700만 원으로, 애초 피해자가 주장한 ‘68억 원’과는 차이가 크다.
경찰은 창고에 거액의 현금이 보관된 경위도 함께 수사 중이다. 68억 원이라는 큰돈을 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자신의 집 금고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쓰는 무인 창고에 보관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본인을 자영업자라고 밝힌 가운데 현금 출처를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금 출처가 확인돼야 돈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이 범죄 수익금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의 어머니 등 여성 2명을 추가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40대 남성을 12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