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 수상 ‘단골 후보’ 하루키보다 먼저 받아
소설가 한강(54)은 아시아에서는 역대 5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에선 여성 작가로선 최초 수상이다. 앞선 수상자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작가들인 만큼 한강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한강이 먼저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스웨덴 한림원에 따르면 아시아 출신으로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영국 식민지 통치 시기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다. 시집 ‘기탄잘리(신께 바치는 노래)’가 깊으면서도 섬세한 글이라는 평을 받았다. 타고르는 1929년 일본 방문 시 한국을 소재로 한 짧은 시 ‘동방의 등촉’을 동아일보에 전하기도 했다.
일본의 최초 수상자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로 대표작 ‘설국’을 썼다. 이어 1994년 일본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평가받는 오에 겐자부로가 두 번째로 수상했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극작가 가오싱젠이 수상했지만 그는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 국적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어 중국 출신의 모옌이 2012년 수상하면서 국적 기준으로 아시아 출신 수상자는 여태까지 4명에 불과했다.
역대 수상자 중 여성으로는 한강이 아시아 최초이자 18번째 수상을 하게 됐다. 그간 남성 위주의 수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자 스웨덴 한림원은 2012년 이후 매년 남녀를 번갈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왔다. 올해 중국 출신의 여성 작가 찬쉐(71)가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된 점도 이 때문이다.
한강의 작품은 여성 주인공의 아픔, 트라우마 등을 다뤄 주목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은 폭력, 슬픔 그리고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