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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도 화났다… 그칠줄 모르는 글로벌 게임 표절 분쟁[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4-10-11 10:00:00


지난 2024년 9월 18일, 일본 닌텐도 주식회사가 주식회사 포켓몬과 공동으로 일본 주식회사 포켓 페어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도쿄 지방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다음 날인 9월 19일에 닌텐도는 자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피고가 개발 및 판매하는 게임 ‘팰월드’가 복수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침해 행위의 금지 및 손해 배상을 요구한다.”라고 기재했죠.

또 닌텐도 측은 “당사는 오랜 노력으로 구축해 온 당사의 소중한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당사의 브랜드를 포함한 지적 재산의 침해 행위에 대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도높은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포켓 페어에서 개발한 ‘팰월드’ / 사진 출처: 공식 홈페이지 발췌)

‘팰월드’는 지난 2024년 초에 출시된 3인칭 서바이벌 슈팅 게임으로, 필드 곳곳에 있는 신비한 생물 ‘팰(Pal)’을 사냥하고, 자원을 모아 재료를 얻고, ‘팰’을 길들이거나 심지어 음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재미난 게임성으로 출시 3일만에 500만 장 넘게 판매됐고, 스팀 동시접속자도 130만 명을 넘길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죠. 일본 ‘인디 게임사의 반란’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가 글로벌 여러 곳에 나올 정도로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게임에 등장하는 ‘팰’이 닌텐도의 포켓 몬스터를 빼다박은 것 같은 모습이라는 겁니다. 100% 똑같진 않지만, 딱 봐도 외형이 포켓몬스터들과 흡사해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짝퉁 포켓몬’이라고 불리울 정도였죠.

(닌텐도에서 올린 공지 / 사진 출처: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발췌)

그런데 이 ‘팰월드’가 서비스된지 약 8개월 만에 닌텐도가 칼을 빼든 겁니다. 현재 닌텐도와 주식회사 포켓몬 측은 한국에 상표권 1294개, 디자인 187개, 특허 및 실용 146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에 상표권 4195개, 디자인 557개, 특허 및 실용 5461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경우 상표권 1525개, 디자인 1007개, 특허 및 실용 10946개를 보유하여 3개국 합계 11953개의 권리를 확보하고 있죠.

이렇게 광범위한 상표권과 디자인, 특허 및 실용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닌텐도와 포켓페어의 소송은 상당한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소송이 시작됐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세상이 주목할 소송 중 하나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게임사들은 어떨까요? 다른 게임사들도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표절 분쟁에 휘말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리니지’ 표절 분쟁, 그리고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분쟁을 들 수 있겠는데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사진 출처: 엔씨소프트 제공)

먼저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 6월에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구체적으로 무기 시스템, 변신 및 인형 시스템 등 6가지 표현 요소를 모방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단순 그래픽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표현이나 수치까지도 동일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3년 8월에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엔씨소프트의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주지 않았지만, 대신 부정경쟁방지와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은 적용된다고 하며 엔씨소프트의 편을 들어줬죠. 

이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4년 9월 10일에 웹젠을 상대로 ‘R2M’ 서비스 중단과 총 600억 원 규모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또 다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입니다.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사진 출처: 아이언메이스 제공)

넥슨은 ‘다크앤다커’ 저작권 침해를 두고 아이언메이스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넥슨은 과거 자사의 신규 개발본부에서 ‘프로젝트 P3’의 개발 팀장으로 있던 최씨가 소스 코드와 각종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박모 씨를 비롯한 팀원들과 퇴사한 후 아이언메이스를 세운 뒤 빼돌린 자료를 기반으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고 보고 소송을 냈습니다.

이 민사소송은 마지막 3차 변론기일에서도 저작물 인정 여부를 놓고 양측이 대립각을 세웠으며, 법원에서는 양측의 의견을 병합하여, 오는 10월 24일로 선고기일을 잡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해외 게임사들은 어떨까요? 해외에서도 수십년 간 다양한 표절 분쟁이 있어 왔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좌)와 파이터즈 히스토리(우) / 사진 출처: 게임화면 캡처)

1990년 초, 일본 게임 개발사 캡콤이 ‘데이터이스트에서 개발한 ‘파이터즈 히스토리’가 자사의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유사하다며 미국연방지방법원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캡콤이 주장하는 캐릭터의 특정 동작과 공격의 조합, 게임의 흐름에서는 실질적인 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또 데이터이스트에서 지난 1984년에 나온 ‘가라테도’를 ‘스트리트 파이터 2’가 표절한 것이라며 역으로 공격하면서 양사가 서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또 과거 미국의 MCA 유니버셜이 닌텐도의 ‘동키콩’이 자사의 영화 ‘킹콩’과 유사하다며 뉴욕 주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가, ‘킹콩’의 저작권이 이미 소멸된 것이 확인되어 닌텐도 승리로 소송이 마무리된 적이 있고, 또 코나미 또한 네오플의 ‘신야구’에 표절 소송을 걸었다가 법원이 야구 장비의 형태나 경기 동작이 야구 게임의 특성상 유사하게 표현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패소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게임업계에는 다양한 표절 소송이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게임성을 가진 부분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시너지를 내어 더욱 재미난 게임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표절은 법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게임사들이 기억해야할 것 같습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 igelau@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