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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1+1에 샀으니 이득? 몸은 혹독한 대가 치르는 중

입력 | 2024-10-12 01:40:00

직접 만든 음식 vs 초가공식품… 일란성 쌍둥이 의사 인체 실험
열-화학적 성분으로 변성된 식품… 혈당 급격히 올려 각종 질병 유발
◇초가공식품/크리스 반 툴레켄 지음·김성훈 옮김/544쪽·2만3800원·웅진지식하우스



전분과 단백질, 지방을 변성시켜 부드럽게 만들고 유화제나 향미증진제, 색소 등을 첨가한 ‘초가공식품’이 21세기 마트의 진열장을 가득 채운다. 이런 식품들은 대사 이상을 불러오거나 맛과 영양을 연관 짓는 뇌의 활동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저자 툴레켄은 경고한다. 사진 출처 Unsplash


“지난 24시간 동안 무엇을 먹었습니까?”

옆의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이면 오케이. 포장을 벗겨 그대로 또는 가열만 해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음식이라면 포장을 살펴보자.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씌운, ‘공장 냄새’가 느껴지는가. 성분표에 유화제, 향미증진제, 식용색소, 변성전분처럼 부엌에서 보기 힘든 성분이 표시돼 있는가. 그렇다면 십중팔구 초가공식품을 먹은 것이다.

“알았어, 당분과 포화지방이 많고 열량이 높으니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거지….” 저자가 말하려는 주장의 핵심은 아니다. “설탕과 지방을 같은 양으로 제한해도 비(非)가공 식단을 양껏 먹은 사람들은 체중이 줄었다. 어떤 성분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공 방식 때문에 초가공식품이 해로운 것이다.”

영국의 의사인 저자는 일란성 쌍둥이로 역시 의사인 잰드와 함께 TV 다큐멘터리나 리얼리티쇼에 출연해 왔다.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동일한 기간 다른 음식을 먹는 등 ‘생체실험’에 동원되는 일이 많다. 주로 저자 크리스가 ‘착하게’, 잰드가 ‘잘못’ 먹는 쪽을 맡는다. 이 책에도 둘이 함께 진행한 식이(食餌) 실험이 반영됐다.

왜 초가공이 문제인가. 이런 식품들은 자연의 식재료를 정제유, 단백질, 전분 등의 성분들로 분해한 뒤 열이나 화학처리로 변성시킨 다음 성형이나 압출 기술을 이용해 생산해낸다. 어떤 공산품 못잖은 공업 기술의 산물이다.

오랜 인류 역사에 걸쳐서 ‘공장에서 생산한 음식’은 낯선 개념이었다. 1930년대 나치 독일에서 석탄에서 나온 파라핀으로 먹을 수 있는 기름을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그 뒤 수많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물질들이 식품 속에 투하됐다. 마트에 가보자. 주방에서 조리할 수 있는 식재료보다 바로 가져가서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훨씬 넓은 코너를 차지한다.

인간의 뇌에서 ‘그만 먹으라’고 알려주는 시스템은 초가공식품처럼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감당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저자에 의하면 이 음식들은 ‘미리 씹어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로 집어 먹게 되고 빨리 흡수되며 칼로리 밀도가 높아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급속히 치솟게 만든다.

물론 성분 자체도 문제가 많다. 초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팜핵유나 유화제, 변성전분은 우유, 크림, 계란 같은 비싼 재료들을 흉내만 내거나 대체한다. 이런 음식에 첨가된 향미료는 맛과 영양을 연관 짓는 감각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뇌에 폭식을 유도하는 합성식품일수록 더 잘 팔리고 시장을 지배한다. 유화제나 방부제 같은 첨가물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먹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것은 당신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식품인가, 아니면 당신의 건강을 희생시켜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생산된 식품인가?” 매번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많은 간편식과 간식이 예전처럼 ‘달짝지근’하지 않을 것이다. 원제 ‘Ultra-Processed People(초가공된 인간·2023)’.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