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인촌상 수상 후 본보 인터뷰 “쓰고 싶은 소설 써… 결과는 통제 밖” 당시 심사단 “이후 활약이 더 기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5년 전 이맘때 열린 제33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앞으로 10년간 계속 써달라는 편지를 받았다”며 “쓸 수 있을 만큼 쓰고, 더 허락된다면 더 쓰고, 그렇게 마음이 기울어진 대로 삶이 흘러가 주기를 바라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글을 쓰게 된 이후 가끔 직접 만나본 적 없는 분들에게서 뜻밖의 편지를 받게 될 때가 있는데 며칠 전에도 그런 편지를 받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19년 10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3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언론·문화부문 수상자였던 소설가 한강 씨는 한 독자의 편지를 소개하며 수상 소감의 운을 뗐다. 그는 “작가들의 전성기가 보통 50, 60대이니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소설을 계속 써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며 “장편 한 편당 평균 3년이 걸리니 10년간 운이 좋다면 3편, 나쁘면 2편 정도를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전거를 배울 때 일단 페달을 밟는 법을 알고 나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몸이 기울며 커브를 알아서 틀게 된다”며 “그 편지를 받고 10년 동안 쓸 수 있을 만큼의 글을 쓰고 싶어졌으니 그렇게 마음이 기울어진 대로 저의 삶이 흘러가 주기를 바란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그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해 한국문학이 해외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 등에서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이후 2019년 산클레벤테 문학상 수상,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 작가 선정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독자만이 아니라 세계의 독자들이 주목하는 한국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본보와 가진 인촌상 수상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쓰고 싶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왔다. 그 결과는 통제 밖의 영역”이라며 “오직 쓰는 과정에 있는 사람만이 작가이며, 다행히 지금 쓰고 있으니 나는 아직 작가”라고 말했다.
인촌상 심사단은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작가가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이 작가의 손에서 세계의 고전이 될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성취한 것만으로도 수상자로서 충분하지만 한강은 이후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작가”라고 평했다. 그로부터 5년 뒤 그는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