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LG가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KT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준PO) 관문을 뚫었다. LG 선발 임찬규가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안방 팬들에게 플레이오프(PO)행 티켓을 선물했다. LG는 PO에 선착한 삼성과 22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서 맞붙게 됐다.
프로야구 LG 선수들이 11일 KT와의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마운드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뉴스1
LG 선발 임찬규가 팀을 PO로 이끌었다. 앞서 6일 열린 2차전에서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을 수확했던 임찬규는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는 이날 선발로 나섰다. 역시 2차전 KT의 선발이었던 엄상백과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LG 선발 임찬규가 1루 측 안방 관중들을 향해 환호를 유도하고 있다. 준PO 2,5차전 승리투수가 된 임찬규는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뉴스1
공 80개로 6회까지 마무리한 임찬규는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PO에 대비해 불펜 투수를 아끼려는 LG 벤치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임찬규가 선두타자 장성우에게 안타, 강백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앞서 3차전에 구원승을 따냈던 손주영은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만루 상황을 맞았지만 3루 주자만 홈으로 들여보낸 뒤 추가 실점을 막으며 3-1 리드를 지켰다.
임찬규는 이날 6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투구 이닝 기록에 개인 2연승도 이어갔다. 이날 총 89개의 투구 중 체인지업(35개)을 가장 많이 던진 가운데 커브를 효과적으로 섞어가며 인상적인 완급 조절을 선보였다. 이번 시리즈 LG가 거둔 3승 중 2승을 책임진 임찬규는 준PO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결과 67표 중 34표(득표율 50.7%)를 얻었다.
임찬규는 “팀이 이길 수 있는 생각만 했는데 MVP까지 받게 돼서 영광이다. 가을에 잘하는 모습 오래 기다리셨을 팬들에게 감사하다. 그동안 가을야구 등판 때 실패했던 감정들이 올라왔었는데 이번엔 정규시즌 잘했던 기억만 생각하면서 한 구 한 구 침착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포효하는 LG 선발 임찬규. 뉴시스
9회말 역투하는 LG 에르난데스. 에르난데스는 이번 시리즈 1~5차전에 모두 등판했다. 뉴스1
타석에서는 3번타자 오스틴의 방망이가 승리를 이끌었다. 오스틴은 1회말 1사 1루에서 적시 2루타를 치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0으로 앞선 3회말에도 희생플라이로 추가 타점을 기록했다. 2번타자 신민재는 오스틴의 3회말 타석 당시 2루를 훔치며 준PO 통산 최다 도루 신기록(5개)을 썼다. LG는 이번 시리즈 총 12도루로 준PO 단일시즌 최다 도루를 기록했다. 4차전까지 1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4번타자 문보경은 이날 6번 타순에서 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하며 다가올 PO에서의 반전 활약을 예고했다.
1회말 오스틴이 적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안타는 결승타가 됐다. 뉴스1
프로야구 최초 5위 결정전을 넘어 5위 팀으로는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WC)도 통과했던 KT의 ‘가을매직’은 준PO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3회말, 7회말 2루 도루를 잡으려던 포수 장성우의 송구가 빠지는 등 이날 세밀한 플레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두 차례 모두 손쉽게 3루를 내주면서 추가실점까지 이어졌다. KT는 3차전 선발로 나섰던 벤자민을 8회말 투입하는 등 마지막까지 추격 의지를 불태웠지만 끝내 점수 차를 좁히진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항상 벼랑 끝에 있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 버텼다. 마지막 기운이 LG로 간 것 같다”며 “너무 재밌는 시즌이었다. 정규시즌 말미로 갈 수록 희망을 봤다. 내년에 좋은 모습으로 뵙겠다”고 말했다.
준PO 5차전 패배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KT 선수들. 뉴스1
준PO 관문을 넘어선 LG는 13일부터 정규시즌 2위 삼성과 5전 3승제 PO를 치른다. 두 팀이 가을야구에서 맞붙는 건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22년 만이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는 삼성이 8승 1무 7패로 한걸음 앞섰다. PO를 앞둔 염경엽 LG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한국시리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대구 방문 경기에서는 빅볼 경기를 하겠다는 기조는 같다. 우리 타선이 삼성에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플레이오프는 불펜진 싸움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회말 오스틴(23번)의 득점 뒤 환호하는 LG 선수들. 뉴스1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