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히단쿄’ 수상자로 선정 원폭 피해자 생생한 증언 바탕 ‘핵무기 없는 세상 만들기’ 노력 인정 日 ‘비핵 3원칙’ 사토 이후 50년만
니혼히단쿄의 상징은 종이학이다. 일본에서 종이학은 원폭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물이다.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日本被團協)’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 왔다.
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니혼히단쿄 이사장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니혼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 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