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노벨문학상] 서울 자택, 문 굳게 닫힌 채 축하 꽃만
11일 오후 소설가 한강의 서울 자택 앞에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과 화분이 놓여 있다. 인근 주민들은 그에 대해 “항상 먼저 인사하고 소박하게 지내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1일 오전 소설가 한강(54)의 서울 자택을 찾았다. 대문이 굳게 잠긴 채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들만이 놓여 있었다. 축하 화분을 전해 주러 온 배달 기사가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렀지만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인근 주민은 “어제 낮이나 오후까지는 있었던 것 같은데 어젯밤부터 집에 불이 안 켜졌고 지금도 조용한 걸 보니 안 계시는 것 같다. 우편물 등이 없어진 걸 보니 챙겨서 나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인터뷰를 따로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이후 언론사는 물론이고 출판 관계자 등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상태다.
소설가 한강이 있을 만한 곳은 한 곳 더 있었다.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이 그곳.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책방오늘’은 오후 1시 개점 시간이 한참 남은 오전부터 독자들이 찾아와 입장을 기다리는 줄까지 생겼다. 책방을 담당하는 직원 한 명만 서점을 지켰을 뿐 한 작가나 가족들의 모습은 이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기자의 여러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날 책방은 문을 연 지 2시간도 채 안 된 오후 2시 50분경 영업을 종료했다. 원래는 오후 7시까지 하는 곳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강의 책 구매에 실패해 찾아왔다는 김모 씨(59)는 “혹시나 이곳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문을 닫아서 아쉽다”고 했다.
수수하면서도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곤 했던 소설가 한강을 기억하며 “너무 소박하고 평범해서 유명 작가인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동네 주민도 있었다. 조기태 씨(79)는 “지나다니면서 종종 뵌 분인데 이렇게 유명한 분일 줄 몰랐다”며 “축하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집 앞에 둘 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옆집 주민은 “이사 올 때 작가라고는 들었는데 한강 작가인 것을 어제 알았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