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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게임체인저’ 위고비 10월 국내 출시… 4주에 80만~100만 원대

입력 | 2024-10-12 09:04:00

음식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식욕 감소하는 효과… 의사 처방으로 주 1회 투약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7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A 씨는 최근 동네 병원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 처방을 예약했다. 살을 빼려고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밥 먹는 양도 조절하고 운동도 생활화하려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8층 집까지 계단을 오르내리고, 생활 쓰레기가 나올 때마다 걸어 내려가 버리고 왔다. 식욕 억제제도 먹어봤지만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졌다. 그러다 최근 위고비가 10월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격이 다소 부담되지만 A 씨는 곧 위고비를 투약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선택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10월 중순 국내에 들어온다.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10월 15일 오전 9시부터 자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물량 주문 접수를 시작한다. 1주일에 주사 1번으로 감량을 기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라는 점에서 ‘게임체인저’로 불리며, 시장 판도를 바꿔놓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요는 많지만 국내 공급 물량이 부족해 판매 가격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다이어트 전(왼쪽)과 후 모습. [X(옛 트위터) Teslaconomics 계정 캡처, Routines 사이트 캡처]



일주일에 1번, 1년 반 투약 시 몸무게 15% 감소

위고비는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르고 식욕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GLP-1) 호르몬을 모방해 만든 약물이기 때문이다. 허양임 분당 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원래 GLP-1은 위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며 “이 호르몬을 흉내 낸 위고비도 GLP-1 계열 약물이라서 식사를 적게 해도 소화가 천천히 되는 것 같고 포만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임상 결과 위고비는 매주 한 번만 주사해도 68주 뒤 평균 몸무게가 15%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20㎏ 거구도 1년 반 동안 주사를 맞으면 100㎏ 초반대 체중이 될 수 있다. 기존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비교했을 때도 간편성과 감량 효과 면에서 우수하다.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야 하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된다. 삭센다는 56주 투약 평균 7.5% 감량 결과가 있는 반면, 위고비는 68주 투약에 14.9% 감량 결과를 보인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둘 다 같은 회사(노보노디스크)에서 나온 약인데, 위고비가 삭센다보다 감량 효과가 2배 이상 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라고 말했다.

체중 감량 효과가 드라마틱하지만 의료계에선 비만에 따른 2차 질환 개선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허 교수는 “기존 비만치료제 가운데 ‘시부트라민’처럼 몸무게는 줄지만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제품도 있어 문제가 많았다”며 “위고비는 다이어트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예방과 비만에 따른 합병증도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체중 감량 효과 덕분에 위고비는 미국에선 유명인이 복용하는 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머스크는 2022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에 “몸이 건강해 보이는데 비결이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Fasting and Wegovy(단식과 위고비)”라는 글을 올렸다. 후덕한 몸매였던 머스크가 13.6㎏을 감량하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도 위고비로 다이어트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투약은 적은 양에서 시작

위고비를 국내 출시하는 유통사는 10월 15일부터 병의원과 약국 주문을 접수한다(표 참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처방은 10월 하순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용량은 0.25㎎, 0.5㎎, 1.0㎎, 1.7㎎, 2.4㎎으로 5가지다. 펜처럼 생긴 주사제 투약 방식이며 주 1회 투약한다. 적은 양에서 투약해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비만 환자’다. 또 BMI 27㎏/㎡ 이상~30㎏/㎡ 미만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등)이 있는 환자에게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

위고비의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 원이다. 보험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돼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한다. 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환 치료 목적 없이 비만치료 목적으로만 처방되면 민간보험사의 실손보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비용과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하면 환자의 실제 부담 비용은 4주에 80만~100만 원 선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시판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공급가는 예상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들어온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사용 시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부작용은 구역질, 구토, 복통, 설사, 변비 등 위장 증상이다. 장운동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제일 많다. 허 교수는 “처음엔 적은 양으로 시작해 증량하면서 적응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아직까지 치명적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출시된 지 10년 정도밖에 안 된 약물”이라며 “좀 더 지켜보고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성인 비만율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비만율은 2014년 30.9%에서 2022년 37.2%로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 ‘2023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체 성인 비만병 유병률도 증가 추세다. 전체 성인 비만병 유병률은 2013년 30.6%에서 2018년 35.7%, 2022년 38.4%였다. 남성의 비만병 유병률은 2013년 37.9%, 2018년 45.4%, 2022년 49.6%를 나타났다.

증가하는 비만율만큼 비만치료제 ‘삭센다’ 처방도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삭센다 처방 현황을 보면 2019년 9만7091건이던 처방이 2021년 9만112건, 2023년엔 17만1223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집계된 건수가 9만4884건에 달했다. 허 교수는 “비만은 단순히 체중 문제뿐 아니라, 이후 심혈관질환으로 생기는 의료비용 문제도 크다”며 “이 비용을 낮추려면 치료 목적의 비만치료제는 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도 속속 비만치료제 개발 나서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빠른 속도로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위고비처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해 현재 국내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2026년 말 임상을 끝내고 2027년에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미국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후보물질은 GLP-1 계열로 전 임상에서 위고비(6%)보다 높은 11.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외에도 일동제약, 대웅제약, 대원제약 등이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비만치료제와 차별화한 캡슐형, 패치형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을 줄이면서 요요를 피하려면 비만치료제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강 교수는 “이번 약이 기존 약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모든 비만치료는 반드시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며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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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60호에 실렸습니다》




윤채원 출판국 기자 yc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