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글로벌 97위로 선정 브랜드 가치 65억 달러 인정 정체성 재정립해 전 세계로 ‘더 좋은 삶’ 만드는 프로모션 박차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LG전자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 리인벤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5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선보인 글로벌 캠페인 홍보 영상. LG전자 제공
LG전자가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하며 전 세계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코닉 브랜드’로 한 걸음 도약했다. 10일(현지 시간)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24 글로벌 100대 브랜드(2024 Best Global Brand Top 100)’에서 브랜드 가치 약 65억 달러(약 7조9000억 원)를 기록하며 97위로 진입한 것이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오른 바 있으나 이후 순위권에 들지 못했던 LG전자는 거의 20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됐다. 올해 국내 브랜드 가운데는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 등 4곳이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브랜드 측은 LG전자가 사업 경쟁력 관점에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비전하에 브랜드를 사업 전환의 주요한 축으로 보고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점, 시장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사업에서 webOS, 가전 구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VS(Vehicle Solution), BS(Business Solution)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분야에서도 전동화 트렌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등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이라는 명확한 비전 수립 후 구체적인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며 지속적인 성과 창출 △사업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 개발 △온·오프라인에서 고객의 공감을 이끄는 소통 방식으로의 변화 등으로 적극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 활동에 나선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LG전자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 진입은 그간 ‘상품성은 뛰어나지만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없어 아쉽다’는 평가를 뒤집은 성과이다. 그 배경에는 LG전자가 작년 4월부터 추진한 ‘브랜드 리인벤트(Brand Reinvent·브랜드 재수립)’가 있었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해 LG전자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타협 없는 고객경험’ ‘인간 중심의 혁신’ ‘미소 짓게 하는 따뜻함’ 등으로 재정의했고, 회사의 헤리티지가 담긴 로고와 슬로건을 분리해 재해석했다.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 슬로건 ‘Life’s Good(라이프스굿)’의 전용 서체를 개발하고 밝고 역동적인 ‘LG 액티브 레드’를 포인트 색으로 사용해 존재감을 강화했다. 또 브랜드의 심벌마크인 ‘미래의 얼굴’이 디지털 환경에서 윙크를 하거나 인사를 건네는 등 생동감 넘치는 디지털 로고 플레이를 선보였다.
LG전자는 리뉴얼한 브랜드 정체성을 내부 구성원과 우선적으로 공유하는 데 힘썼다. 최고경영자(CEO)가 구성원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CEO F.U.N Talk’ 프로그램에서 직접 브랜딩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어서 올해 4월에는 일반적으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 형태로 공유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핵심만을 담아 간소화한 웹 페이지 형태로 제작했다. 구성원들이 부담 없이 익힐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각국의 브랜드 담당자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해 브랜드 리인벤트 과정에 참여시켰으며, 국내 사업장을 순회하는 트럭이 임직원들에게 브랜드 요소를 소개하고 브랜드 굿즈를 증정하는 등의 이벤트도 열었다. 브랜드와 고객 간의 접점이 다양해지는 만큼 세계 곳곳에서 근무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체화시키자는 취지였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 교수는 “LG전자와 같이 오랜 헤리티지를 가진 기업이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해 내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이번 글로벌 100대 브랜드 재진입은 그 노력과 효과를 증명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역동적으로 재탄생한 LG전자의 브랜드 정체성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지난해 8월에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 전 세계 랜드마크에 새로운 로고와 슬로건을 담은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객에게 더 좋은 삶을 제안하기 위해 전개한 온라인 캠페인도 호응을 얻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노출하는 자극적 콘텐츠를 경계하고 긍정적인 콘텐츠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진행한 ‘소셜미디어, 미소로 채우다(Optimism Your Feed)’ 캠페인은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을 공개한 지 약 두 달 만에 조회수 18억 뷰를 돌파했다. 자신만의 긍정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올리는 챌린지에는 세계 10여 개국에서 론칭 4일 만에 2만1000명이 참여했다.
고객들의 경험과 취향을 기반으로 설계한 공간 역시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집덕후들의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라이프집은 2022년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해 약 26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올해 7월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주제로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LG전자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가전 기업을 넘어 혁신적인 스마트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앞으로도 고객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