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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 가요계에도 영향력…악뮤 역주행·흰 재조명

입력 | 2024-10-13 08:57:00

한강 언급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차트서 재상승



AP=뉴시스


국내 작가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안은 소설가 한강(54)이 가요계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13일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한강이 과거 언급한 남매 듀오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직후부터 이 플랫폼의 실시간차트 ‘톱100’·일간차트에서 역주행 중이다.

신곡이 쏟아지는 가운데도 톱100에선 44위까지 치고 올랐다. 일간 차트에선 9일 자 39위에 이어 10일자 34위 그리고 11일자에선 일곱 계단을 뛰어 올라 27위를 차지했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악뮤에게도 의미가 있는 곡이다. 2019년 9월 발매한 정규 3집 ‘항해’의 타이틀곡이다. 악뮤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이전까지 쓰던 이름인 악동뮤지션을 버렸다. ‘항해’는 좀 음악적으로 탄탄한 완성도를 인정 받았고, 악뮤의 제대로 된 성인 뮤지션 신고식이 됐다. 특히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당시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올킬’, 장기 집권했다. 1년이 훌쩍 지나서도 멜론 일간 순위 10위권을 유지했다.

한강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당시인 2021년 문학동네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작품의 집필 당시 들은 노래들을 소개했는데 그 중 한 곡이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였다. 한강은 “초고를 다 쓰고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지 하고 듣는데 마지막 부분의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가 한강이 언급한 대목이다.

악뮤 팬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마음을 울린 노래, 이찬혁 진짜 넌 대단하다” “한강 작가 추천곡이라서 다시 들으러 왔다” 등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한강의 소설 ‘흰’ 속 문장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것들을 건넬게’에서 활동명은 따온 가수 흰(Hynn·박혜원)도 주목 받고 있다. 해당 문장을 통해 개인으로 음악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풍파나 상처가 있더라도 진심어린, 순수한 마음을 담아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한강은 박혜원의 이 같은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작가, 음악 팬들은 박혜원의 음원을 다시 재생하는 중이다. 박혜원은 “작가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예명으로 활동 중인 작은 가수지만, 작가님의 작품을 향한 순수한 시선과 진심을 늘 배우며 음악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강은 가수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적이 있다. 2007년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권말부록으로 실린 음반에 실린 열 곡을 직접 만들었다. 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노래한 ‘나무는 언제나 내 곁에’ 등을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객원가수를 쓰고 싶었지만, 절친한 한정림 음악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녹음까지 했다.

한강은 앞서 2021년 2월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에서 김혜리 영화평론가가 진행하는 오디오매거진 ‘조용한 생활’에 업로드된 인터뷰에서 해당 음반에 대해 언급했다. 2005년 ‘채식주의자’ 3부 ‘나무불꽃’을 쓰던 당시 어느 날 꿈에서 어떤 음악이 들렸는데, 이를 외우고 노래로 만들었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 조동익·조동희 남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또한 조동희 에세이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한겨레출판)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