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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 가요계에도 영향력…과거 직접 작곡·작사도

입력 | 2024-10-13 09:21:00

AP 뉴시스

작가 한강이 노래에 담긴 지난 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쓴 산문집. 보리수, 엄마야 누나야, 짝사랑, Let it be, 청춘, 혜화동,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지은이의 기억에 새겨진 22곡의 노래와 이야기를 정갈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들려준다. 부록으로 실린 음반에는 작가가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 10곡이 담겨 있다. 출판사 비채


“노래를 듣다 보면 일어날 힘이 생기고 온몸이 터져 나갈 듯한 만원 지하철 속으로 다시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어떤 종교도, 위로해 줄 애인도 없을 때, 때로는 그렇게 노래 하나가 거짓말처럼 일상을 버텨 주기도 한다” (한강,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중)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가요계에도 뒤늦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3일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 2019년 9월 발매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직후부터 멜론 실시간 순위 톱100과 일간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중이다.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때인 2021년 출판사 문학동네 유튜브 채널에 ‘작별하지 않는다’ 집필 당시 들은 노래를 소개했는데 그 중 한 곡이 이 곡이었다.

한강은 당시 “초고를 다 쓰고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라며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지, 하고 듣는데 마지막 부분의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설명했다. 한강이 언급한 대목은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다.

한강의 다른 소설 ‘흰’에서 활동명을 가져온 가수 흰(본명 박혜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혜원은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라는 ‘흰’ 속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본인의 활동명을 정했다.

박혜원은 11일 소셜미디어에 “해당 문장을 통해 개인으로, 음악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풍파나 상처가 있더라도 진심 어린, 순수한 마음을 담아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했다. 이어 “작가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예명으로 활동 중인 작은 가수지만, 작가님의 작품을 향한 순수한 시선과 진심을 늘 배우며 음악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강은 직접 가사와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2007년 한강은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의 권말 부록 속 음반 10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나무는 언제나 내 곁에’,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햇빛이면 돼’ 등을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당시 객원가수를 쓰고자 했지만 절친한 정립 음악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노래하게 됐다고 알려졌다. 현재 한강이 작사·작곡한 노래는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한강은 싱어송라이터 조동익·조동희 남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희의 에세이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