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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화재 막으려면, 정교한 제어장치 기술 꼭 필요”

입력 | 2024-10-14 03:00:00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연구
김종훈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전류-전압 등 데이터 분석해… 이상 현상 사전에 막는 장치
실험데이터 부족해 연구 난항… 지식 갖춘 전문인력 양성해야



4일 대전 충남대에서 김종훈 교수가 배터리 BMS 실험이 진행 중인 연구 체임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전기차 배터리 화재 원인은 첫째 배터리의 제조상 문제, 둘째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문제입니다. 문제가 있는 배터리를 충·방전할 때 생기는 이상 현상을 BMS가 잡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BMS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4일 대전 충남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종훈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현재 기술력으로는 BMS를 고도화하는 연구와 실증이 급선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극과 음극, 전해질, 분리막 등으로 이뤄진 현재 이차전지 구조상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BMS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전기차에 적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의 연구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BMS를 중심에 놓고 연구한다.

BMS는 배터리의 전류, 전압, 온도 데이터 등을 감지하고 이를 종합 분석해 이상 현상을 사전에 진단 및 차단할 수 있는 제어장치를 의미한다. 배터리의 현재 상태나 수명을 알려줄 뿐 아니라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끼리 전압 편차를 줄이는 밸런싱과 발열 관리 등을 수행한다. 배터리가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과충전·과방전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셀 하나에서 이상 현상이 시작되는데 BMS는 다른 셀로 문제가 확산하는 것을 지연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BMS의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게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는 “BMS가 이상 현상을 잘 잡아내려면 다양한 상황에서의 배터리 실험 데이터가 상당량 필요한데 학교나 소규모 연구그룹은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BMS 연구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배터리는 그동안 소재 연구 중심의 접근이 이뤄졌고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BMS 연구를 준비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서도 배터리 관련 인력 양성 계획이 대부분 소재 분야”라고 설명했다.

BMS 연구 인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나뉜다. 하드웨어는 회로 설계를 하던 기존 인력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다. 김 교수는 “소프트웨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은데 배터리를 잘 몰라서 한계가 있다”며 “배터리 지식이 있는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만큼 전기차에서의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와 현대차·기아 같은 완성차 기업이 있다 보니 배터리 기술력에서만큼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앞으로 화재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가 나오더라도 BMS 연구는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인 설계는 같겠지만 소재가 바뀌면 새로운 BMS를 적용해야 한다”며 “BMS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보내고 해당 차량의 가상 시뮬레이션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활용해 문제를 진단하거나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고도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