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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취임 4년… 글로벌 ‘빅3’ 도약 이끌었다

입력 | 2024-10-14 03:00:00

‘고객’ ‘안전’ ‘미래’ ‘성장’ 강조
“팬데믹때 공급망 붕괴위기 극복 등…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발휘” 평가
상반기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성과
미래 신사업-지정학적 위기는 과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월 2024년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가 열린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로 취임 4년을 맞이한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상승하는 등 약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빅 3’로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그간 정 회장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급망 붕괴 위기 당시 적극적인 부품 수급 행보를 보이며 이 시기 현대차그룹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완성차 5위에서 3위 브랜드로 도약했다. 전기차 시장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불어닥친 최근에도 견조한 친환경차 판매 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동시에 자율주행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13일 동아일보가 정 회장의 2020년 10월 취임사와 4번의 신년사(2021∼2024년)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를 분석한 결과 ‘고객·인류’(55회), ‘안전·품질’(38회), ‘미래’(38회), ‘변화’(23회), ‘성장’(30회) 등이었다. 고객을 넘어 인류 전체에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미래 비전이 담긴 것이다.

정 회장은 올해 경기 광명 기아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신년회에서도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 성장하는 한 해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변화에 속도를 내면서도 호실적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1∼6월) 합산 영업이익률 10.7%로 글로벌 ‘톱 5’ 완성차 업체 중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 또한 각각 139조4599억 원, 14조9059억 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 기록이다. 이 기간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고도 현대차의 레저용차량(RV)과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60%를 넘어서는 등 고수익 차량으로 판매 체질 개선을 하며 이뤄낸 성과로 풀이된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부문에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6만18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9%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2022년 아이오닉5, 작년 아이오닉6, 올해 EV9까지 ‘세계 올해의 차’를 3년 연속 석권하는 등 전기차의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은 게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세계 완성차 브랜드 중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혼다에 이어 네 번째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S&P, 무디스, 피치)로부터 모두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에게 남겨진 과제는 미래 신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다. 당장 11월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 등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전기차 화재로 화두로 떠오른 배터리 안전 문제에 대응하면서 캐즘 이후를 대비하는 것도 숙제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으로서 그룹 부품 계열사 이외에 자동차 제조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제조 혁신의 마중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서 전기차 투자와 협력 관계 구축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떤 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손을 잡고 나갈지 현대차그룹으로선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