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한번 배우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한번 배우면 끝이 아니고 배운 기술을 끝없이 발전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도배 역시 기술자가 된 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연마해야 한다. 일반 가정집과 상가, 신축과 구축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도배 기술이 필요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도배 스타일도 유행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배율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얼마 전에는 기술을 알려주던 선배가 배움이 더딘 내게 도배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그날 이후 나는 도배에 대한 나의 열정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정말 도배에 대한 열정이 없을까? 그리고 열정이 없다면 잘못된 일일까? 열정이란 어떤 일에 대해 열렬한 애정을 가졌다는 말인데 ‘태우다, 타다’라는 뜻의 한자 열(熱)이 들어간다. 어떠한 일에 뜨겁게 불타는 마음을 가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배의 말처럼 나는 누군가에 비해 아주 뜨겁지는 않은, 조금은 미지근한 마음으로 기술을 배우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 습득보다는 날마다 현장에서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더 우선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차갑게 식어 냉랭한 것은 아니다.
하나의 불꽃 안에도 다양한 온도가 존재한다. 파란색을 띠는 불빛이 가장 높은 온도이며 붉은색을 띠는 불빛은 그에 비해 낮은 온도라고 배웠다. 하지만 비교적 온도가 낮은 빨간색의 불도 손을 대면 뜨거운, 여전히 불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내 직업에 대한 애정과 기술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주 뜨겁게 타오르지는 않았을지라도 도배사 생활 6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잔잔하게 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열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살아오면서 어떤 대상에 대해 아주 뜨거운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스스로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끝까지 꾸준하고 성실하게 임해 왔다. 그러니 겉으로는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손을 대면 뜨거운,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잔잔한 열정도 있다.
배율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