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성남복정 2지구 현장.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2020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공공분양 아파트 10곳 중 6곳이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승인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첫 삽조차 뜨지 못해 허허벌판인 곳이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이런 사업장들도 인허가를 기준으로 하는 정부 실적에는 이미 ‘공급’된 것으로 잡힌다. 수요자들이 체감하기 힘든 뜬구름 잣대로는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공분양 아파트 인허가 절차를 거친 전국 210개 단지(블록) 가운데 62.4%인 131곳이 미착공 상태다. 주택 공급 규모로 따지면 13만3864채 가운데 8만1421채(60.8%)가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이 중 86곳은 언제 착공될지 계획조차 없다.
정부는 주택 공급 수치가 많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인허가 물량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과거에는 착공을 기준으로 공공분양의 공급 실적을 집계했는데 인허가 기준으로 시기를 앞당겼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급과는 거리가 멀다. 실적 확보에만 급급하다 보니 연말에 인허가 물량이 집중됐다. 미착공 단지 131곳 중 115곳이 12월에 사업승인이 이뤄졌다. 사업이 취소됐다가 재승인된 곳은 공급 실적이 중복해서 잡혔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분양 실적 4만9200채 가운데 1만6100채가 이런 식으로 부풀려졌다.
아무리 장밋빛 공급 계획을 내놓아도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인허가에서 입주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확인하고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적 부풀리기는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서 몇 배나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