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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의견 밝힐 공론의 장 마련

입력 | 2024-10-15 03:00:00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인터뷰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아동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야구 찐팬 직원들의 야알못(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원장님 구출 대작전.’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이하 보장원·원장 정익중)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제목이다. 야구 유니폼을 입은 보장원 직원들이 정 원장에게 “내가 응원하는 팀의 팬이 되어보라”며 설득하는 내용. 직원들은 “A 구단은 귀여운 마스코트로 어린이들의 흥미를 끈다” “B 구단은 선수와 어린이가 함께 그라운드를 달리는 행사를 연다”며 아동친화적 구단을 소개한다. ‘노키즈존’ 등 아동이 환영받지 못하는 장소가 많은데, 어린이들도 마음껏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 야구장이라는 것.

“1년 반 전, 원장으로 취임할 때 직원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많은 국민에게 보장원을 널리 알리겠다고요. 보장원의 인지도를 높이면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이기에 유튜브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기관을 알리려 노력합니다.”(정 원장)

보장원은 8개 아동 관련 기관이 통합돼 2019년 출범한 공공기관. 태아기부터 청년기, 임신·출생에서 자립까지의 기간을 아울러 만 18세 미만 아동 정책의 수립·시행을 지원하고 아동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광범위하게 펼친다. 보장원을 이끄는 정 원장을 최근 만났다.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아동을 돌봄과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생존권(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 △보호권(차별, 학대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발달권(교육받을 권리와 놀 권리) △참여권(의견을 말하고 존중받을 권리)을 가진다. 다른 권리들은 선진국에서 대체로 잘 보장되지만 참여권 보장은 미흡하다. 참여권은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야 보장될 수 있다.

보장원은 아동의 참여를 제도화한 기관이다. 매년 ‘아동위원’들을 뽑아 아동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다. ‘대한민국 아동총회’도 열어 아동들이 채택한 결의문을 정부에 제안하도록 한다. 많은 아동이 적극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넓은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참여권을 보장받는 아동은 건강하고 행복한 시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제도적으로는 ‘아동기본법’의 제정을 꾸준히 강조했는데?

“우리나라 아동 정책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라는 측면이 있다. 아동학대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일이 발생하면 사후 땜질식 처방 차원의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동이 권리의 주체로 등장하고 아동의 권리와 책임을 폭넓게 규정하는 법이 필요한 이유다.

부모교육의 의무화도 필요하다. 아동의 권리 증진은 학교와 가정 등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선 체계적으로 교육 받은 교사가 있지만 가정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가 공공기관과 만나는 시점, 즉 출생 신고나, 아동수당을 신청하는 시기 등에 부모 대상의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제도만으로 아동친화환경 조성을 장담할 순 없으므로 여러 캠페인도 병행해야 한다. 보장원은 ‘아동학대예방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간의 학대 예방 캠페인이 ‘이런 것들은 하지 마세요’라는 식이었다면 접근 방식을 바꿔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캠페인이다. 1가지 기본 전제, 2가지 실천 원리, 9가지 실천 방법을 담은 ‘긍정양육 129 원칙’을 내세워 아동 존중 양육 문화를 확산할 것이다.”

-남은 임기, 이루고 싶은 목표는?

“취임하며 직원들에게 한 다짐 3가지가 보장원 인지도 상승, 조직 문화 개선, 증거 기반 아동 정책 제언이다. 보호대상 아동뿐 아니라 일반 아동과 그들의 보호자와도 온라인 등을 통해 다양한 접점을 만들 것이다. 조직 문화를 개선해 아동 정책을 선도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내년에 나올 3차 아동정책 기본 계획이 체계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도 제언하고자 한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