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헌재연구원 “대통령, 국회 존중하고 거부권 신중해야”

입력 | 2024-10-14 03:00:00

尹 거부권 행사 15건 분석 보고서
“위헌사항-문제점 명확히 밝혀야”




대통령이 헌법상 권리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를 존중하고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산하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효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지난달 12일 발간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역사와 행사 사유’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 스스로가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국회 논의를 존중하고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관은 거부권 행사 유형을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경우’와 ‘정책적으로 부당한 경우’로 구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올해 8월 7일까지 행사한 거부권 15건 중 8건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였고, 7건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헌법적 사유로 거부한 법안에는 채 상병 특검법 2건과 김건희 여사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야당이 강행 처리해 권력 분립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정책적 사유로 거부한 법안에는 양곡법 및 방송3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 견해로 정당한 근거가 없다면 거부를 자제해야 한다는 ‘제한적 해석론’이 소개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면 결국 국회가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는 법안만 통과시키는 상황이 돼 삼권분립 원칙이 훼손된다는 취지다. 다만 헌법에 거부권 행사에 관한 요건은 규정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이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도 함께 소개됐다.

장 연구관은 “법률안을 헌법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위반 조항이나 헌법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법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고, 정책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법률안의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