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빈 살만 설립 투자사와 협상중 “고위급과 회동으로 물꼬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 주 중동 출장길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SK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올 초 설립한 첨단산업 투자사 ‘알라트(Alat)’와의 ESS 협력 관련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출장으로 협력 내용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3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글로벌 ESS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유정준 SK온 부회장이 수행한다. 이번 출장길의 핵심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와의 미래 산업 협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롯한 알라트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지금까지 이뤄진 물밑 협상에 본격적인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은 최근 ESS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SK E&S도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미국에서 ESS 사업을 진행 중이다. 양 사는 다음 달 1일 합병 법인으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출장지인 UAE에서도 현지 반도체 공장 투자를 비롯해 폭 넓은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탈탄소 전략을 추진 중인 UAE 정부는 국부펀드 무바달라를 앞세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관계자들이 UAE를 찾아 현지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주요국들의 탈석유, 첨단산업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에너지와 첨단 반도체 사업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시장 확대 기회도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