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올해 들어 1.2% 떨어져 美 빅컷 등 국내외 호재에도 ‘비실’ 국내 투자자, 3분기 해외 거래 8%↑ 외국인 지난달 국내서 7조 순매도
외국인에 이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마저 ‘탈(脫)코리아’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대신 해외 주식 ETF를 선택하는가 하면, 해외 직접투자도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 등 호재에도 연일 비실거리는 한국 증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도 급증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말(9월 말)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 금액은 1379억4000만 달러로 또 한번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2분기 말(6월 말)보다 8.3% 증가한 수치로, 보관금액은 예탁결제원을 통해 거래한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총잔액을 의미한다.
외국인투자가의 거센 매도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3610억 원을 순매도했다.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며 총 10조6994억 원어치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결국 증시를 떠받쳐 줄 기업들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글로벌 경기에 유독 민감한 반면에 미국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많고 기업 실적이 좋아서 주식시장이 잘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증시는 미래를 내다보는 성격이 강한데, 여전히 수출 대기업 중심의 과거 성장 공식에 얽매여 있는 한국 경제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시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과 혁신성을 높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