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겨울올림픽 첫 메달리스트인 김윤만 대한체육회 대회운영부장은 일주일에 한 번 한강 자전거 라이딩으로 건강을 지킨다. 김윤만 부장 제공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당시 그의 메달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기장에도 아무도 취재를 오지 않았다. 한국 취재진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이 유력했던 김기훈 울산과학대 교수(57)의 훈련장에 몰려가 있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한 방송 기자가 부랴부랴 경기장으로 달려왔다. 얼마나 급했던지 카메라도 가져오지 않았다. 결국 일본 NHK 기자의 카메라를 빌려 시상식 장면만 겨우 찍었다. 사실 0.01초만 빨랐으면 그가 한국의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될 뻔했다. 당시 김 부장은 1분14초86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는데 금메달을 딴 올라프 칭케(독일·1분14초85)와 0.01초 차이가 났다. 그는 “만약 그때 금메달을 땄다면 운동을 바로 그만뒀을 것이다. 은메달의 아쉬움이 있었기에 이후에도 더 노력할 수 있었다”며 “결국 금메달은 따지 못한 채 은퇴했지만 당시의 노력이 지금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입사 후에도 그의 ‘올림픽 여정’은 계속됐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지원단으로 참가했고, 4년 뒤 소치 올림픽에서는 코리아하우스에서 일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는 대회 조직위원회에 파견돼 아이스베뉴 부장을 맡았다. 올해 열린 파리 올림픽에선 코리아하우스 단장을 수행하는 직을 맡았다.
입사 17년째인 올해 초 그는 대회운영부장으로 승진했다. 35세 신입사원이 어느덧 관리자가 된 것이다. 이달 11일부터 경남 김해 등에서 열리고 있는 제105회 전국체전을 그의 팀이 준비했다. 그는 “빙상에만 있었으면 이렇게 넓은 세상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된 게 내게는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그는 많은 사람과 만난다. 그는 “입사 초기엔 일주일에 4, 5차례 술자리를 갖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요즘은 술자리를 최대한 줄이고, 자리를 갖더라도 1차에서 끝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강 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한강에서 두 시간 정도 자전거를 탄다. 그는 “작고한 아버지가 타시던 낡은 자전거를 탄다. 무거운 자전거라 운동이 더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언젠가는 진천선수촌이나 평창동계훈련센터에서 일하며 가까운 곳에서 후배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며 “은퇴 후에는 어린이나 유소년 등을 위해 빙상장에서 재능기부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