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무하는 선배가 통풍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더니 붉은살생선은 먹지 말라고 했단다.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는 푸린 함량이 높아서 통풍 환자는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 할 때 생선 반찬이 나오면 어김없이 흰살생선이냐 붉은살생선이냐를 물어서 성가실 정도였다. 어느 날은 와인 마시러 갔다가 연어 안주가 나왔는데 붉은살생선이라 먹을 수 없었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연어는 통풍 환자가 먹어도 되는 흰살생선이라는 걸 몰랐던 것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구분하는 기준은 색깔이 아니라 미오글로빈(myoglobin)이다. 근육 100g을 기준으로 미오글로빈 함량이 10mg 이상이면 붉은살생선, 그 이하면 흰살생선으로 분류한다.
붉은살생선은 주로 부레가 없거나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퇴화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고등어는 수면 중에도 헤엄쳐야 하는 숙명이다. 같은 고등어지만 대서양고등어(노르웨이산)는 부레가 없으나, 태평양고등어(국내산)처럼 부레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환경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 어민들이 ‘성질이 급해 제 풀에 죽는다’고 말하는 어종에 등푸른생선이 많은 이유다. 성질이 급해서 빨리 죽는 건 아니지만 어민들은 그렇게 인식한다.
활동성이 좋은 등푸른생선은 수족관에서 2, 3일 버티기 어렵다. 반면 흰살생선은 움직임이 많지 않다. 넙치, 가자미는 수족관에서 상당한 기간을 살 수가 있다. 수산시장에서 가자미, 넙치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고르는 소비자가 많은데 수족관에 적응이 덜 된 생선이다. 바닥 어종은 가만히 있는 게 좋고, 등푸른생선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싱싱한 생선이다. 홍새치, 전어처럼 흰색 살이지만 붉은살생선이 있고, 연어와 점성어처럼 붉지만 흰살생선인 경우도 더러 있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