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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살생선-흰살생선 구분하는 기준은[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20〉

입력 | 2024-10-15 11:38:00



함께 근무하는 선배가 통풍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더니 붉은살생선은 먹지 말라고 했단다.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는 푸린 함량이 높아서 통풍 환자는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 할 때 생선 반찬이 나오면 어김없이 흰살생선이냐 붉은살생선이냐를 물어서 성가실 정도였다. 어느 날은 와인 마시러 갔다가 연어 안주가 나왔는데 붉은살생선이라 먹을 수 없었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연어는 통풍 환자가 먹어도 되는 흰살생선이라는 걸 몰랐던 것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생선의 살 색깔로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얀색이면 흰살생선, 적색 계열이면 붉은살생선일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연어는 흰살생선임에도 붉은색을 띠는 건 연어의 주요 먹잇감이 크릴새우라는 데에 원인이 있다. 새우 속의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천연색소 성분이 연어 몸속에 쌓여서 적황색이 된다.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로는 아스타크산틴(astaxanthin)이 대표적이다. 새우류를 섞지 않은 사료를 먹인 연어의 살은 희멀겋다. 그래서 연어를 양식할 때 아스타크산틴이 함유된 사료를 먹여서 붉은색이 돌게끔 한다.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구분하는 기준은 색깔이 아니라 미오글로빈(myoglobin)이다. 근육 100g을 기준으로 미오글로빈 함량이 10mg 이상이면 붉은살생선, 그 이하면 흰살생선으로 분류한다.

참치, 고등어, 전갱이, 정어리, 방어, 삼치, 꽁치, 전어, 준치, 멸치 등 붉은살생선은 대체로 등푸른생선으로 해수면 상층을 유영하는 표층 물고기다. 지속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회유성 어류일수록 많은 산소가 필요해 미오글로빈 함량이 높다. 따라서 근육색소와 혈색소를 다량 함유해 적색육이 된다. 반면 흰살생선인 가자미, 넙치, 장어, 조피볼락, 아귀, 복어, 개복치, 참돔, 농어, 명태, 대구, 조기 등은 주로 수심층과 중층에서 활동하는 어류가 많다. 흰살생선은 순발력에 필요한 속근섬유로 이루어져 있고, 색소단백질 함량이 적어서 희게 보인다. 넙치와 우럭 등 정착성 어류, 참돔과 농어 같은 짧은 거리를 회유하는 어종, 대구와 명태처럼 먼 거리를 회유하는 물고기가 혼재돼 있다.

붉은살생선은 주로 부레가 없거나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퇴화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고등어는 수면 중에도 헤엄쳐야 하는 숙명이다. 같은 고등어지만 대서양고등어(노르웨이산)는 부레가 없으나, 태평양고등어(국내산)처럼 부레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환경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 어민들이 ‘성질이 급해 제 풀에 죽는다’고 말하는 어종에 등푸른생선이 많은 이유다. 성질이 급해서 빨리 죽는 건 아니지만 어민들은 그렇게 인식한다.

활동성이 좋은 등푸른생선은 수족관에서 2, 3일 버티기 어렵다. 반면 흰살생선은 움직임이 많지 않다. 넙치, 가자미는 수족관에서 상당한 기간을 살 수가 있다. 수산시장에서 가자미, 넙치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고르는 소비자가 많은데 수족관에 적응이 덜 된 생선이다. 바닥 어종은 가만히 있는 게 좋고, 등푸른생선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싱싱한 생선이다. 홍새치, 전어처럼 흰색 살이지만 붉은살생선이 있고, 연어와 점성어처럼 붉지만 흰살생선인 경우도 더러 있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