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붉은살생선-흰살생선 구분하는 기준은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구분하는 기준에 따르면 연어는 흰살생선이다. 동아일보 DB
생선의 살 색깔로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얀색이면 흰살생선, 적색 계열이면 붉은살생선일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연어는 흰살생선임에도 붉은색을 띠는 건 연어의 주요 먹잇감이 크릴새우라는 데에 원인이 있다. 새우 속의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천연색소 성분이 연어 몸속에 쌓여서 적황색이 된다.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로는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 대표적이다. 새우류를 섞지 않은 사료를 먹인 연어의 살은 희멀겋다. 그래서 연어를 양식할 때 아스타잔틴이 함유된 사료를 먹여서 붉은색이 돌게끔 한다.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을 구분하는 기준은 색깔이 아니라 미오글로빈(myoglobin)이다. 근육 100g을 기준으로 미오글로빈 함량이 10mg 이상이면 붉은살생선, 그 이하면 흰살생선으로 분류한다.
붉은살생선은 주로 부레가 없거나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퇴화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고등어는 수면 중에도 헤엄쳐야 하는 숙명이다. 같은 고등어지만 대서양고등어(노르웨이산)는 부레가 없으나, 태평양고등어(국내산)처럼 부레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환경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 어민들이 ‘성질이 급해 제풀에 죽는다’고 말하는 어종에 등푸른생선이 많은 이유다. 성질이 급해서 빨리 죽는 건 아니지만 어민들은 그렇게 인식한다.
활동성이 좋은 등푸른생선은 수족관에서 2~3일 버티기 어렵다. 반면 흰살생선은 움직임이 많지 않다. 넙치, 가자미는 수족관에서 상당한 기간을 살 수가 있다. 수산시장에서 가자미, 넙치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고르는 소비자가 많은데 수족관에 적응이 덜 된 생선이다. 바닥 어종은 가만히 있는 게 좋고, 등푸른생선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싱싱한 생선이다. 홍새치, 전어처럼 흰색 살이지만 붉은살생선이 있고, 연어와 점성어처럼 붉지만 흰살생선인 경우도 더러 있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