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노벨문학상 한강] 노벨문학상 선정 ‘기밀작전’ 방불… 1년 전부터 심사해 비밀투표 공식발표 10분전 수상 소식 알려줘… 구체적 심사기준 일체 공개안해
소설가 한강(54)은 자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10일 오후 7시 50분쯤에 들었다.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가 공식 발표 10분 전에야 전화로 직접 수상 소식을 알려준 것. 수상 직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한 뒤 바로 공식 발표가 뜨다 보니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조차 딸에게 직접 수상 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다. 본보 기자의 전화로 수상 소식을 대신 전해 듣고 부랴부랴 사실 확인에 나섰던 한승원은 “한림원 사람들이 정말 독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과정은 이렇게 발표 직전까지 ‘기밀 작전’처럼 이어진다. 한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수상자로 선정됐을까.
14일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상자 선정 절차는 시상 해의 전년도 9월부터 시작된다. 1년여의 심사 과정을 거치는 것. ‘노벨 문학 분과위원회’가 수상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서한을 전 세계 전문가 수백 명에게 발송하는 것으로 첫발을 딛는다.
후보 추천자의 자격은 한림원 소속 회원들과 전 세계 학술기관·협회의 회원, 대학교의 문학·언어학 교수들에게 주어진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각국의 대표적인 작가협회도 후보 추천 자격을 갖는다. 한국에는 1988년부터 국제펜클럽 한국지부 등에 매년 2, 3장의 추천서가 배송돼 왔다. 미당 서정주, 구상 시인, 소설가 한말숙, 최인훈, 김동리 등이 추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후보 추천자는 시상 연도의 1월 31일까지 답신을 보내야 한다. 물론 추천 후보를 절대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렇게 후보군이 5인으로 좁혀지면 ‘현미경 심사’가 이어진다. 한림원 심사위원은 총 1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후보자 5명의 작품을 직접 읽고 토론해 평가한다. 6∼8월 작품들을 읽고 9월에 각 후보의 문학적 기여 등에 관해 토론한다. 이를 바탕으로 10월 초 투표를 거쳐 과반 가결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노벨위원회는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노벨 재단의 규정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50년간 공개하지 않도록 제한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강 작가가 어떤 이들과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는지도 50년 동안 비밀에 부쳐진다.
후보자 명단이 전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매해 노벨상 시즌이 되면 유력 작가들의 출신지, 언어권, 장르를 감안해 수상자를 둘러싼 다양한 관측이 나오곤 했다. 온라인베팅 사이트 등도 후보자를 유추하는 참고자료가 돼 왔다. 올해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중국 작가 찬쉐 등의 수상이 유력하게 꼽혔으나 한강 작가는 예상 순위권에 없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