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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 구멍 숭숭…“러, ‘비밀 유조선’으로 석유 하루 410만배럴 수출”

입력 | 2024-10-15 14:24:00

서방국들, 석유 가격 상한 등 러시아산 석유 제재
러, 소유권 불분명 노후 선박 등 이용해 제재 우회
“630척 이상의 유조선이 러·이란산 원유 운송”



AP뉴시스


 러시아가 소유권이 불분명한 노후 선박 등 이른바 ‘비밀 유조선’을 이용해 서방의 석유 수출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KSE)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가 이른바 비밀 유조선에 대한 운용을 확대해 해상 광구에서 생산된 석유의 최대 70%를 수출해 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노후화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면서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유조선을 통해 석유를 수송해 온 것으로 보고서는 봤다.

이를 통한 석유 수출 규모는 지난 6월까지 하루 410만 배럴로, 1년 사이 약 2배로 증가했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가한 석유 수출 관련 경제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앞서 영국과 주요 7개국(G7), EU는 2022년 12월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상한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배럴당 60달러 이상에 석유를 구매할 경우 서방 해운 서비스 및 보험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러시아는 보험에 가입된 서방 기업 소유 유조선에 크게 의존하는데, 이를 방해함으로써 러시아 경제를 제한하려는 목적이었다.

당시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전면적인 금수조치가 내려질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타협안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불투명한 소유권을 가진 노후 유조선 등 제재 범위 밖 수백 척으로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구축함으로써 제재를 회피해왔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제재 사각지대를 이용해 가격 상한선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상당량의 석유를 판매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전쟁 종식 압력을 가하기 위해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노력을 해왔으나, 이번 연구 결과는 그 같은 노력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가 2022년 초부터 이 같은 그림자 함대에 최소 100억 달러(13조6300억원)를 투자했다고 추정한다.

영국 해양 정보 회사인 로이드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에 따르면, 20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을 포함한 630척 이상의 유조선이 러시아산 석유와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러시아 그림자 함대가 곧 유럽 해역에서 환경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대규모 석유 유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형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화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