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타벅스 텀블러 반값에 팔더니만…‘짝퉁’이었다

입력 | 2024-10-15 14:22:00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이 15일 정부대전청사 특허청에서 유명 S 회사의 텀블러 위조 상품 제조·유통 조직 검거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짝퉁’ 텀블러를 제작해 유통한 일당이 붙잡혔다.

15일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상표경찰)은 상표법 위반 혐의로 A 씨(53)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상표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1~2023년 스타벅스 위조 텀블러 약 13만 점(정품 시가 62억 원 상당)을 국내에서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기도 일대에서 총책 A 씨, 유통책 B 씨(46), 자금책 C 씨(65), 제조책 D 씨(62) 등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A 씨는 당초 위조 텀블러를 단순 매입 후 판매하는 중간상으로 활동하다 독자적인 범행 수법을 계획하고 위조 텀블러를 직접 제조·유통하는 등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스타벅스 텀블러를 제조하던 공장과 창고에서 발견된 위조 텀블러들. (특허청 제공) ⓒ뉴시스

상표경찰이 공개한 압수수색 영상을 보면 이들의 작업장은 중소기업 공장을 방불케 했다. 로고를 새기는 과정도 감쪽같았다. 일당은 단속을 피하고자 텀블러를 구성품별로 나눠 수입한 뒤 국내에서 결합·재가공했다. 상표가 없는 무지 텀블러 본체를 해외에서 들여온 뒤 스타벅스 로고를 무단 인쇄해 붙였다. 텀블러 뚜껑, 고무패드, 스티커 등도 해외에서 주문생산한 뒤 국내로 반입했다. 국내에선 포장 상자, 사용 설명서 속지 등 인쇄물을 제작했다.

일당은 이같이 완성한 위조 스타벅스 텀블러를 병행수입 제품인 것처럼 속여 관공서, 기업, 민간단체 등에 기념품이나 판촉물 형태로 정품 대비 50% 이하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단속 정보나 온라인 플랫폼 제재 정보 등을 긴밀히 공유하며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과거 단속 사례를 참고해 허위증명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병행수입 제품인 것처럼 위장하려 시도했으나, 상표경찰의 디지털포렌식 분석 등으로 범죄 수법이 밝혀졌다. 상표경찰은 이들 일당이 수입을 시도한 텀블러 부자재가 세관 단계에서 적발되자, 이를 활용한 위조 상품 제조·유통 행위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해 수사에 나섰다.

상표경찰은 정보 공유를 통한 신종 범죄 수법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경찰과 세관 등 각 수사기관별 정기 간담회 및 합동교육과정 개설 등을 추진해 단속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범법자 집단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새로운 침해유형을 만들어내는 등 범죄 수법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종 침해범죄에 대해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소통 및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대처하는 한편, 최신 수사기법을 활용해 위조 상품 수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