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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 표시-매운맛 등급… 다양한 표준으로 국민 생활 편의 높일 것”

입력 | 2024-10-16 03:00:00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
‘생활 편의 표준’ ‘참조 표준’ 통해
일상편의 제공…사회적 약자 배려
공모전 통해 표준화 아이디어 발굴




‘표준’이라는 말은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기준’이나 ‘평균’의 의미로 활용되고 있는 표준은 첨단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사진)으로부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표준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국민의 삶과 표준은 어떤 관계가 있으며 국가기술표준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요즘 마트에 가면 복숭아, 수박 등의 과일에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숫자가 하나 적혀 있다. 과일 100g에 포함된 당 성분 함량을 나타내는 당도(Brix) 표시다. 직접 맛보지 않아도 달콤한 과일을 고를 수 있게 도와준다. 이처럼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우리 일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도구로 표준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표준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민이 느끼는 불편 사항들을 발굴하고, 일상 속 아이디어들이 실제 표준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활 편의 표준 개발’ 및 ‘참조 표준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 편의 표준’이란 무엇인가.

“매운맛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매운맛에 약한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매운맛의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표준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추장(KS H 2120), 라면(유탕면류·KS H 2508) 등 생활 편의 표준을 마련해 매운맛을 등급화하고 제품 표기를 권고하고 있다. 소비자는 구매 전 매운맛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조작 버튼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어린이와 같은 교통 약자가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배려하기 위해 제정된 KS B 50127과 KS B ISO 4190-5는 조작 버튼의 높이와 배열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수직 구조 조작 버튼은 어린이가 머리 위로 뻗은 주먹의 평균 높이인 1.786m를 고려해 1.7m 이하에 설치하도록 하고, 장애인용이나 수평 구조 조작 버튼은 1.2m 이하 높이에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 속에서 표준화되지 않아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국민으로부터 모집하고, 제안된 내용을 표준화함으로써 국민 생활 편의를 향상하고 사회적 약자 배려를 도모하는 것이 ‘생활 편의 표준’이다.”

―생활 편의 표준 확대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민 생활 편의 표준화 아이디어 공모전, 국민 생활편의 표준협의회 운영, 우수 아이디어 선정을 위한 국민의 투표 참여 등 수요 발굴과 표준 제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국민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

생활 편의를 위한 표준화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표준화 아이디어 공모전’(6월 4일∼7월 5일)을 실시해 아이디어 475건을 접수했으며, 표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도 동향 조사를 실시해 표준 개발 수요 160여 건을 발굴했다.

아이디어 제안뿐만 아니라 표준 개발 과제의 선정 과정에도 우리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한 달간 투표를 실시해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참조 표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참조 표준이란 과학기술적 정보 및 데이터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평가해 공인한 고품질 표준 데이터다. 참조 표준은 데이터의 신뢰성이 강조되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다양하게 개발 및 활용되고 있다.

국민 건강검진을 통한 한국인의 연령별 성별 지역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건강에 대한 평균적인 데이터는 소정의 평가를 거쳐 한국인의 건강지수 참조 표준으로 제정된다. 이는 진단, 연구 및 의료기기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가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뇌 관련 자기공명영상(MRI) 해석 과정에서 정확한 기준 수치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기에 150만 장 이상의 영상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각종 뇌질환 특성에 대한 참조 표준을 만들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민의 삶에 필요한 표준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