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크리에이 투어] 전북 무주군 편 덕유산 트레킹-솔방울 만들기 등… 다채로운 1박2일 농촌 체험 선사 무형문화유산 낙화놀이 ‘불멍’ 백미
전북 무주는 청정 지역에서만 사는 반딧불이를 보기 좋은 곳이다. 매년 8월 말부터 9월 초에는 무주반딧불축제가 열린다. 무주군 제공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고, 우리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즐기는 한편 직접 키운 채소로 차린 시골밥상을 맛보니 무주에서의 1박 2일이 금방 지나갔다. 기자가 체험한 건 ‘농촌 크리에이투어-무주1614’다.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크리에이티브(창조적인)와 투어(관광)의 합성어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시작한 농촌관광 활성화 사업의 새 형태다. 무주군은 ‘무주1614’라는 브랜드로 무주를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늦더위의 기세가 맹렬하던 지난달 26일, 무주에 도착하니 선선했다. 무주는 해발 600m에 자리한 고랭지다. 덕유산 꼭대기인 향적봉에 오르기 위해 20분 가까이 곤돌라를 탔다. 곤돌라에서 내려 600m가량 올라가면 향적봉에 이른다. 경사가 완만한 데다 계단식 덱길을 설치해 걷기 수월하다. 어린이나 어르신도 여럿 보였다.
향적봉에 오르니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 마이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아래로 널따란 안성평야도 보였다. 이부영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자연환경해설사는 “덕이 많아 넉넉하다는 뜻을 지닌 덕유산은 해발 1614m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높다. 계절마다 매력이 뚜렷한데 특히 겨울철 상고대가 일품이다”라고 말했다.
덕유산을 내려와 솔다박체험휴양마을로 이동했다. 숙박 및 바비큐 시설을 갖춘 이곳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먼저 식빵 만들기를 했다. 발효시킨 식빵 반죽의 촉감이 보들보들하다. 최인영 제빵 강사는 “호밀잡곡 식빵에는 무주 특산물인 호두를 넣었다”고 말했다. 치즈를 넣은 먹물 식빵도 만들었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식빵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계속 손이 갔다. 무주에서 재배한 블루베리로 만든 콩포트를 발라 먹으니 상큼함이 더해졌다.
솔방울 가습기도 만들었다. 둥글게 묶은 칡넝쿨에 소금물로 삶은 후 말린 솔방울을 붙이면 된다. 이혜진 솔다박체험휴양마을 사무국장은 “솔방울은 습기를 머금으면 오므라들고 건조하면 활짝 펴져, 우리 선조들은 문 앞에 솔방울을 달아두고 날씨를 예측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솔방울 가습기를 물에 푹 담가놓으니 마치 조개가 입을 꼭 다문 것처럼 솔방울이 오므라들었다. 이를 방에 걸어놓으니 솔방울이 서서히 마르며 활짝 벌어졌다. 신통한 자연 가습기다.
●반딧불이, 낙화놀이…빛의 향연
해가 지자 뒷섬마을로 반딧불이를 보러 나섰다(앞섬마을도 반딧불이가 많다고 한다). 청정지역에 사는 반딧불이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깜깜한 길을 30분 넘게 걸으며 반딧불이를 계속 볼 수 있었다. 온전히 자연이 만들어낸 빛. 신비로웠다. 티셔츠에 반딧불이가 살짝 내려앉자 셔츠의 글씨가 보였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옛사람들의 과장된 표현이라 여겼는데…. 매년 8월 말부터 9월 초에 열리는 무주반딧불축제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우리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 한지와 숯, 소금, 쑥으로 만든 낙화봉을 물 위에 매단 줄에 걸어 불을 붙이면 불꽃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무주안성낙화놀이보존회 제공
두문마을에 있는 두문저수지에서 낙화놀이를 했다. 주위에 다른 불빛이 없는 가운데 오직 낙화봉의 불꽃만이 터지면서 떨어져 내린다. 불꽃은 저수지 물에 거울처럼 반사돼 마치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에 쑥 냄새가 은은하게 실려 온다. 빛의 폭포가 위에서, 아래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광경을 넋 놓고 바라봤다.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불멍’에 마음이 고요해졌다.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전국 20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웰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