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해외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글 단어 사용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 치맥, 먹방, 언니, 오빠 같은 단어가 새롭게 등재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외국인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운영해 온 세종학당은 2007년에 3개국 13곳에서 시작하여 2024년에 88개국 256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빠른 확산에도 불구하고 현지 수요가 넘쳐 상시 수강 대기자 수가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256곳인 세종학당을 2027년에는 300곳까지 늘려 한국어를 통한 문화 확산을 도모할 방침이다. 최근 쿠바 아바나에 세종학당을 열었고, 하반기엔 칠레에 거점 학당을 설립한다.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3년 정도에 걸쳐 인공지능(AI) 선생님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R&D)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개인 맞춤형 교육이 온라인, 컴퓨터,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해외 한류 열풍이 거센 데 반해 한국에서는 오히려 외국어가 범람하고 있다. 우리는 ‘파크뷰 센트럴파크 서밋’의 ‘루프톱’ 아파트에서 일어나 ‘커뮤니티 센터’의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 후 ‘리사이클 코너’에서 분리수거를 하고 ‘스마트폰 앱’에서 ‘NFC 태그’로 충전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를 타고 출근한다. 식사를 위해 ‘몰’에 들어가면 외국어 간판과 메뉴 일색이다.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 보호와 관련한 용어까지 외국어에 잠식됐다. ‘팬데믹’, ‘언택트’, ‘록다운’, ‘드라이브스루’, ‘보이스피싱’, ‘그루밍 성범죄’, ‘블랙아이스’, ‘싱크홀’ 같은 단어들은 영어에 익숙지 않은 경우 그 위험성이 쉽게 인식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기전화’, ‘환심형 성범죄’, ‘도로살얼음’, ‘땅꺼짐’ 같은 대체어를 안내해 왔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정부 보고서조차 ‘힙 트래디션 유행’, ‘굿즈 제작’, ‘거버넌스 구축’, ‘필수 역량 프레임워크’, ‘유니버설 서비스 모델’같이 원천을 알 수 없는 국적 불명의 표현들을 쓰는 실정이다.
향후 AI가 활성화하면 AI는 말과 글로 인간의 지식을 학습할 것이다. 이때 외국어와 외래어의 남용, 비속어와 차별적 언어의 사용, 무분별한 문법 파괴형 단어와 신조어의 범람은 AI를 통해 더 확산되어 궁극적으로 한국어 소통을 저해하고 이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 한글 교육을 강화함과 더불어 국내 외국어를 대체하기 위해 쉬운 표현을 만들고, 청소년과 함께 우리말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가 한글을 주목하고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는 지금, 우리 문화의 동력이자 아름다운 자산인 말과 글의 의미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한층 발전하고 우리 문화 번영의 자산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