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많지 않아 병원간 경쟁 치열 사전예약 밀려 월말쯤 처방 가능 “비만 아닌데 투약땐 부작용 주의”
“조금만 더 일찍 전화하시지. 지금은 10월 말에나 위고비 처방이 가능해요.”
15일 인천 부평구의 A의원은 “지금 위고비 사전 예약이 밀려 있어 빨라도 24일에나 처방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들이 투약해 유명해진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처음 판매된 15일, 환자가 몰리며 벌써부터 품귀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고비를 처방 받을 수 있는 병원 목록이 담긴 ‘성지’ 리스트가 공유되고, 약값이 저렴하다고 소문난 병의원은 이미 일주일 치 사전 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다.
위고비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가 이날 오전 9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했지만 접속이 몰리면서 오전 10시 30분경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넘어오는 첫 거래 물량 역시 넉넉지는 않아 병의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 및 쥴릭파마코리아는 정확한 첫 거래 물량을 밝히지 않았다.
위고비의 인기가 과열되면서 비만이 아닌 환자에게도 처방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A의원의 경우 BMI가 19 이상이면 처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 168cm인 만 30세 여성의 경우 체중이 53.7kg 이상이면 위고비 투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혜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의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용을 위해 저체중에 가까운 분들이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급속한 체중 감량으로 담석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는 향후 한 달간 온라인에서의 위고비 불법 유통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약국 개설자가 아닌 개인이 위고비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가짜 약이 거래될 우려가 있고, 약품의 변질과 오염으로 약품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