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이달 4일 광화문광장서 마지막 공연
팔순이 다 돼 배운 한글로 직접 가사를 써 젊은이들 못지않은 랩 실력을 선보이는 경북 칠곡의 할매(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서무석 할머니(사진)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향년 87세.
서 할머니는 15일 오전 8시 대구 달서구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대구 남대구 전문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서 할머니의 영정 사진에는 생전에 할머니가 무대에 오르기 전 힙합풍 모자에 옷을 갖춰 입고 환하게 미소 짓던 모습이 담겼다. 유가족들이 무대에 올라 랩 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사진을 골랐다고 한다.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친손녀가 직접 서 할머니의 시신을 염하며 슬픔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결성한 8인조 그룹이다. 이달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주간 개막식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서 할머니는 1월 목에 이상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계속 멤버들과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강한 열정으로 가족을 제외한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소천하기 열흘여 전인 4일 오른 광화문 무대에서도 고통을 숨긴 채 생애 마지막 남은 열정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칠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