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전 한독경상학회 회장
독일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 독일의 기업환경지수는 최저치를 기록 중이며, 기업 파산율은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유럽의 언론들은 독일의 현 상황을 ‘경제 위기’, ‘유럽의 병자’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조업-중국 의존도 높은 獨, 침체 늪
독일 경제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가격 폭등과 중국 경제의 부진을 들 수 있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원전 폐쇄와 러시아 에너지 의존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독일은 원전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해 왔고, 이에 따른 비용 상승을 저렴한 러시아 가스의 수입을 통해 상쇄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전기요금이 폭등했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과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당시 독일의 에너지 정책을 본받아 탈원전과 러시아 가스관 건설을 통한 가스 수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계속 두었다면 그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지 현재 독일의 상황이 명확하게 보여준다.
독일 경제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 요인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독일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산업구조 및 구조개혁 부진의 문제이다.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 강국으로, 자동차, 화학, 기계산업 등에서의 높은 경쟁력이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런데 제조업 중심의 독일 경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산업을 다각화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디지털 산업을 주도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결과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는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이는 한국에 산업구조 다각화와 첨단산업 육성, 그리고 디지털 전환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투자 환경은 점차 악화되어 왔다.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높은 인건비와 법인세, 복잡한 규제와 행정 절차 등이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고, 그 결과 산업 입지로서 독일의 경쟁력은 크게 하락했다. 이는 국내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졌고, 기업들은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 역시 독일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었음에도 지난 20여 년간 독일 정치권이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세계적 경제 호황에 안주하면서 미래를 위한 근본적 개혁 대신 단기적 이슈에만 매몰되어 시간을 허비했다. 이러한 정치적 무능과 책임의식의 결여는 현재의 독일 경제 위기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구조개혁 못하면 한국도 경쟁력 추락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전 한독경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