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 3人 기자회견 애스모글루 “韓, 민주화로 경제 성장… 北체제는 같은 상태로 굳어 있어” 한국계 부인 둔 존슨 “韓 성취 놀라워”… 로빈슨 “해당 사회 특수성 이해해야”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왼쪽 사진)가 14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이 책의 공동 저자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오른쪽 사진), 애스모글루 교수의 동료인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세 사람은 각각 MIT와 시카고대가 주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연사로 참여했고 존슨 교수의 배우자 또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아테네·시카고·워싱턴=AP 뉴시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와 사이먼 존슨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14일(현지 시간)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노벨상을 안겨준 연구 주제 ‘국가 간 부(富)의 차이’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지한파’로 분류되는 애스모글루 교수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한국의 ‘포용적 제도’가 놀라운 경제 성장을 만들어 냈다”며 “이를 통해 분단 전 비슷한 경제 상태였던 한국과 북한이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걷게 됐다”고 평가했다.
역시 지한파로 분류되며 부인이 한국계인 존슨 교수도 “오늘날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성취는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고 호평했다.
● 애스모글루 “한국과 북한, 번영과 실패의 대조”
애스모글루 교수는 이날 존슨 교수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포용적 제도’를 설명하며 한국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베스트셀러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등에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사유재산 보장, 공정한 기회 제공 등 ‘포용적 제도’가 있는 나라는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실패한다고 강조해 왔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과 북한의 대조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첫 번째 사례”라며 “한국은 민주화 과정을 거친 후 경제가 더 건강하게 성장했지만 북한 체제는 같은 상태로 굳어 있다. 그들(북한)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이며 스타 작가인 그는 올 5월 동아일보가 주최한 ‘2024 동아국제포럼’의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당시 소수의 정보기술(IT) 기업과 그 경영자가 결정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또 민주주의 번영을 위한 세 가지 조건도 제시했다. 첫째 참여, 둘째 반대편을 악마화하지 않는 것, 셋째 양극화를 조장하는 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한국계 부인 존슨 “여성 인력 활용 늘려야”
존슨 교수는 이날 자신에게 ‘중국 경제를 위한 조언을 구한다’며 인터뷰를 요청한 중국 기자를 언급하며 역시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1960년대 초반 한국은 매우 가난했고 권위주의적인 정부 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정이 매우 어렵고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중국도 ‘포용적 제도’를 갖춰야 강력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두 딸을 둔 존슨 교수 역시 여성 인력의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의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 저자인 로빈슨 교수는 애스모글루 교수와의 인연을 회고하며 ‘함께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2년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애스모글루 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자신의 모든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반박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처음에는 정말 짜증 났지만 애스모글루 교수 같은 동료가 없었더라면 자신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