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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휴전선 10m 코앞서 南 보란듯 경의선 폭파

입력 | 2024-10-16 03:00:00

남북간 육로, 판문점 빼고 모두 끊겨
‘폭파 도발’ 개성사무소 이후 4년만
軍 “비무장지대 폭파 정전협정 위반”
잔해 남쪽 떨어져 중화기 대응사격



파괴된 ‘개성 가는 길’ 북한군이 15일 낮 12시경 북한 개성으로 통하는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데 이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어 요새화 공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남북 단절을 선언하며 ‘요새화’에 나선 북한이 휴전선(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10m 밖에 있는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동해선 일부 구간을 15일 전격 폭파했다.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물인 이 두 곳을 대낮에 한국이 보란 듯 제거한 것. 앞서 8월 경의선·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북한은 두 달여 만에 도로까지 파괴하면서 남북 간 육로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만 남게 됐다.

4년 전 2020년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이번엔 아예 남북 육로를 단절시켜버렸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며 긴장 수위를 확 끌어올린 북한이 이번 폭파를 통해 이러한 위협이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적반하장식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59분과 낮 12시 1분에 MDL 이북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 일부를 각각 폭파했다. MDL 이북 10m 지점에 대형 가림막(높이 6m)을 설치한 지점부터 북쪽으로 약 70m 구간의 콘크리트 도로를 폭파한 것. 군이 공개한 폭발 영상에는 수십 m 높이의 화염과 잔해가 공중으로 솟구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두 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한 것으로 볼 때) 중앙(평양)에서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십 개의 구덩이에 각각 수십 kg의 TNT를 묻고 도화선에 연결해 일제히 터뜨린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폭파 작업 후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동원해 콘크리트 잔해 등을 수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군은 전했다.

북한의 도로 폭파 직후 군은 수차례 경고방송에 이어 인근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발사기 등 중화기로 MDL 이남으로 수십 발씩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군 당국자는 “비무장지대(DMZ) 내 폭파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된다”며 “폭파 잔해물이 우리쪽으로 상당 부분 낙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폭파하기 전 우리 군 장병들은 안전지역으로 대피해 우리 군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휴전선 코앞에서 한국을 위협한 북한은 오히려 남북 긴장 수위가 고조된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며 협박의 강도를 높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한국 군부깡패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 감시경계태세를 강화했다.




北, 수천㎏ TNT로 ‘남북교류’ 날려버려… 軍, 중화기 대응사격


[北,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
오전 11시 59분 경의선 도로 폭파… 2분뒤 동해선서도 불기둥 치솟아
우리軍, 반경 500m 밖 미리 대피… “김정은 렉서스 도로 폭파 현장에”
北 ‘비무장지대 무효화’ 노릴 가능성… “완충구역 없애 하마스식 기습 위협”
15일 오전 11시 59분. 경기 파주와 북한 개성공단을 연결하며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통하던 경의선 육로(도로) 북측 구간에서 불기둥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화염은 폭파 현장 앞에 세워둔 6m 높이 비닐 소재의 얇은 가림막을 가뿐히 넘어 3, 4배 높이로 솟구쳤다. 가림막 바로 앞에 있던 ‘여기서부터는 개성시입니다. 전방 10m’란 문구의 도로 표지판은 폭파 충격으로 공중에서 휘청거렸다. 연기가 가라앉자마자 북한은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중장비를 줄줄이 동원해 폭파 잔해물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북한군 10여 명이 이 잔해물 수거 작업을 감독하는 듯 분주히 오갔다. 2분 후인 낮 12시 1분. 이번엔 과거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에 쓰이던 동해선 육로에서도 불기둥이 치솟았다.

● “분단 이후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 폭파 도발”

우리 군은 폐쇄회로(CC)TV 등 각종 장비로 북한이 두 육로에서 거의 동시에 감행한 이 ‘폭파 도발’을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 상황에 대비한 것. 특히 이번 폭파가 MDL 코앞인 10m 떨어진 구간에서부터 감행된 만큼 군은 이날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번 폭파는 남북 분단 이후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감행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은 폭파 전 위험 반경을 최대 500m로 보고 휴전선 이남 위험 반경 안에 우리 장병이 없도록 미리 대피시켰다.

북한은 이날 폭파에 앞서 경의선과 동해선에 새벽까지 각각 구덩이 수십 개를 파 구덩이마다 수십 kg 분량의 TNT를 매설했다. 군은 TNT의 총량에 대해 합계 수천 kg에 이를 수 있는 양이라고 봤다. 이후 정오가 되자 폭파 버튼을 눌렀다. 수십 년 동안 남북 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20여 m 폭의 경의선과 동해선 콘크리트 육로 중 70여 m 구간은 몇 분 만에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고, 도로 곳곳은 흉물스럽게 파였다.

폭파 뒤 콘크리트 파편 등 폭발 잔해가 MDL을 넘어 우리 측으로 날아왔다. 군은 곧바로 “폭파 행위는 우리에게 위협이며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니 멈추라”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곧이어 K4 고속유탄발사기와 K6 중기관총 등 중화기로 대응사격에 나섰다.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각각 수십 발을 발사했다. 대응 사격에 동원된 탄은 MDL 이남 100m 지점의 우리 군이 미리 설정해 둔 표적에 탄착했다.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사격한 건 공개된 것을 기준으로 앞서 6월 북한군 수십 명이 불모지 작업 중 실수로 MDL을 넘어왔을 때 이후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지뢰 매설 등을 통해 이미 폐쇄 조치가 끝난 도로를 굳이 이날 폭파까지 해 날려버린 건 남북 영구 단절 의지를 가시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극적인 드라마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타는 렉서스 차량이 폭파 전 현장에 도착했으나 실제 김 위원장이 시찰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DMZ 무력화’ 신호탄 쏜 걸 수도

북한은 남북 충돌 완화를 위해 MDL 남북 2km 구간에 설정한 DMZ를 무력화하듯 MDL 코앞에서 폭파 버튼을 누르며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폭파가 북한이 ‘DMZ 무력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선포식’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을 시작으로 MDL 곳곳에서 폭파를 벌이며 남북에 더는 군사 완충 구역이 없다면서 언제든 한국으로 기습 침투할 수 있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당시 지역 간 DMZ와 같은 완충 구역이 없어 이스라엘의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김 위원장은 14일 북한판 NSC인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처음 소집해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나흘 연속 담화를 내고 “우리는 한국군부깡패들이 수도 상공을 침공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도발자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폭파 구간에 콘크리트 방벽을 세워 (북한이 최근 공식화한) ‘국경선 요새화’ 조치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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