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림 총장 “학장 승인 자율권 있어 ‘교과 운영 어렵다’ 사후 보고받아” ‘총장이 휴학관리’ 교육부 공문에 승인권자 바꾼 강원대 등 학내 진통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15일 의대생 휴학 승인과 관련해 “휴학뿐 아니라 학사운영의 모든 권한은 학장에게 있으며 (승인)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승인해선 안 된다는 교육부 방침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총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져야 한다는 교육부 요구에 대해서도 “총장이 학생 휴학까지 승인하는 형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 서울대 총장 “의대 자율권 존중”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진행된 서울대 국정감사에선 지난달 30일 서울대가 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한 것과 이달 2일부터 진행 중인 교육부의 서울대 감사에 질의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중대 상황에선 휴학 승인권이 학장에게 있어도 총장과 의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유 총장은 “서울대는 출발 자체가 연합대학이었기 때문에 학사 운영은 단과대가 책임지는 전통이 학칙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의대생 휴학 승인의 배경에 대해선 “더 이상 물리적으로 1년 교육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 그리고 1학기 휴학 승인이 2학기 복귀 설득에 필요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사후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유 총장은 휴학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제가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의사단체와 의대생 등이 주장하는 내년도 의대 정원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입시전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조정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 감사를 ‘보복성 감사’로 규정하며 감사 중단을 요구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검찰 압수수색처럼 하는 문제털이식 감사”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도 “감사를 중단하고 빨리 철회하라”며 “(지난 국감에서) 감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오히려 기간을 연장했다.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은 서울대가 동맹휴학을 독단적으로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 교육부 “총장이 휴학 승인해야”, 일부 대학 진통
하지만 유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학교의 장이 꼭 총장이라고 보지 않는다. 총장이 학생 휴학까지 승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일부 대학은 교육부의 공문에 따라 휴학 승인권자를 총장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두고 학내 진통도 발생하고 있다.
강원대의 경우 최근 휴학 승인권자를 학장에서 총장으로 변경했는데 이에 반발한 강원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교수들과 의대생들이 15일 총장실 앞에서 시위를 했다. 이들은 “학칙상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권이 있는 만큼 휴학 승인 절차를 원상 복구하고 독단적 행동을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강원대 측은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인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학칙으로 의대 학장에게 위임한 휴학 승인권을 한시적으로 고등교육법상 승인권자인 총장 권한으로 변경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