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에 정당·기호 없더라”…당혹감도 직장인들 “퇴근하고 가면 투표 시간 종료” 본선거 투표율 5.4%…20% 넘을 수 있을까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일인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 마련된 구로5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4.10.16 서울=뉴시스
“투표소에 사람이 별로 없네요. 대기 없이 들어가서 투표하고 왔어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가 시작된 1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청파동 4·6 투표소에서 대학생 전혜민(25)씨가 투표를 마치고 나왔다.
전씨는 “직전 선거였던 4월 총선 때는 사전 선거에 참여했다. 그때는 사전 선거인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 대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없다”며 “참여율이 낮은 게 확 실감된다”고 말했다.
장씨는 정당이나 기호가 없는 투표용지를 보고 당혹스러웠다는 소감도 남겼다. 그는 “투표용지에 이름만 있어서 제대로 뽑은 건지도 모르겠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후보 정보 자료라도 한 번 더 보고 올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뉴시스가 이곳에 머문 약 1시간 동안 투표를 하러 온 인원은 30명 안팎에 불과했다. 청파동 주민센터에 두 개 투표소가 함께 설치된 걸 고려하면 한 투표소에 사실상 15명 정도가 투표를 한 셈이다.
그나마도 젊은 층의 선거 참여는 더욱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곳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다. 평일에 근무지로 떠난 직장인들의 경우 대부분 투표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본선거 투표율은 5.4%다. 지난 11~12일 진행된 사전투표율과 합하면 13.68%다. 서울시선관위도 낮은 투표율에 한숨이 깊다. 지난 2023년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은 26.58%다. 비슷한 수준만 나와도 ‘선방’이라 평가할 준비를 마쳤던 투표율은 이제 20%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560억원 든 선거인데…“저도 투표권이 있나요”
“길거리에서 현수막은 봤는데 저도 투표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교육감이 뭘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종로3가에 설치된 서울시교육감 후보 벽보물 앞을 지나는 30대 직장인들에 ‘투표를 했냐’고 묻자 생경한 표정으로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 중인 박모(36)씨는 “아이가 있다면 모를까 교육감이 누가 오든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투표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동료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투표가 끝날 시간이다. 물리적으로도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감 투표를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는 답변도 나왔다.
비용 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참여도가 낮을 수록 투표에 참여한 소수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선인도 이들의 요구과 이익을 먼저 대변할 수 밖에 없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한 과정 역시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순 없다.
시민들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평가한 서울시교육감의 힘은 강력하다. 81만명에 달하는 서울 유·초·중·고교 학생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교육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자리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예산은 13조원에 달한다. 13조원은 우리나라 5175만명의 인구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할 수 있는 액수다.
저조한 투표율에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후보들은 캠프 선거원들을 격려하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조전혁 후보는 오전 9시 동작구에서 투표를 마친 뒤 유권자들이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정근식 후보도 선거 운동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감사 인사를 마쳤다. 두 후보는 오후 9시께부터 각자 캠프에서 개표 방송을 시청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