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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1만실’ 생숙, 오피스텔 전환 쉬워진다…이행강제금 부과 유예

입력 | 2024-10-16 16:43:00


전국레지던스연합회·전국오피스텔협의회·전국임대인연합회 회원들로 구성된 전국비아파트총연맹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주거시장 안정화 촉구 기자 간담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안정화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11.7/뉴스1

이미 준공했거나 현재 짓고 있는 생활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는 데 필요한 요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생숙을 실거주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데, 이에 대한 유예 기한이 올해 12월 종료되는 것을 앞두고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앞으로 짓는 신규 생숙은 주거용으로 쓰이지 않도록 1, 2실 규모의 분양을 원천 차단한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 협업 등이 뒷받침돼야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교통부가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17개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생숙은 숙박업으로만 활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다. 주거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취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전매제한 등을 적용받지 않았다. 이에 2018년 아파트 중심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이후 주거 대체상품으로 주목받으며 돈이 몰렸다. 하지만 국토부는 2021년 10월 생숙을 숙박업으로 활용하는 대신 실거주하거나 전세 임대를 놓을 경우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수분양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용도변경 시 기준 대폭 완화

먼저 국토부는 기존 생숙 중 오피스텔 전환을 원하는 곳은 적용하는 건축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복도폭 규제다. 생숙과 오피스텔은 각각 복도폭을 최소 1.5m, 1.8m씩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미 지어진 생숙은 벽체를 허물지 않는 이상 복도폭 기준을 지킬 수 없어 사실상 용도변경이 불가능했다. 주차기준은 오피스텔이 세대당 1대, 생숙은 시설면적 200㎡당 1대로 오피스텔이 생숙보다 더 까다롭다.

앞으로는 복도폭이 오피스텔 기준보다 좁더라도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으면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꿀 수 있다. 스프링클러·제연 설비 등을 보강하라는 취지다. 또 오피스텔 전용 출입구 의무 설치도 면제한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성능위주설계는 부산 엘시티,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 연면적 20만㎡ 이상 특정 건축물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며 “올해 12월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오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피스텔 변경에 필요한 추가 주차장 확보 규정도 명확히 한다. 먼저 주차장이 부족한 경우 분양을 받은 사람이 인근 도보거리 600m 이내 외부주차장을 설치하도록 했다. 부지 확보가 어렵다면 지자체에 현금을 납부하면 된다.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공영주차장을 조성한다.

또 지자체에서 추가 주차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조례를 개정해 설치기준을 완화할 수 있게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남 여수에서는 외부에 부지를 확보했고, 제주시와 경기 안양시에서는 조례로 주차장 설치 기준을 완화해 용도변경을 허가했다”며 “이와 관련한 유권해석 및 안내공문을 지자체에 발송할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 지구단위계획 상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지어진 생숙과 관련해서는 기부채납을 전제로 계획 변경을 검토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생숙인 ‘롯데캐슬 르웨스트’ 소유주는 200억 규모 기부채납을 내기 위해 세대당 2300만 원을 부담했다.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는 올해 12월에서 내년 9월로 연장했다 이 기간 내 관할 지자체 생숙 지원센터를 통해 숙박업 신고 예비 신청을 하거나 용도변경을 신청하면 유예 기간은 2027년 연말까지로 연장된다.

또 앞으로 신규로 분양하는 생숙은 개별 실 단위 분양을 원천 봉쇄한다. 숙박업 신고 기준에 따라 △30실 이상 △건축물 1/3 이상 △독립된 층 등을 충족해야만 분양할 수 있다. 단, 숙박업 신고 기준은 시·도 조례를 통해 30실 이하 등으로 낮출 수 있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올해 말 발의할 계획이다. 신규 분양 규제는 건축법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 건축허가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11만2000실 불법 주거 전용 해소 목적

국토부가 이런 지원 방안을 마련한 건 현재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생숙 입주자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7월 기준 생활숙박시설 허가물량 18만8000실이다. 이중 불법 주거 전용 위험이 있는 곳은 숙박업 미신고 물량인 5만2000실과 현재 짓고 있는 6만 실 등 총 11만2000실이다. △서울 중구 ‘세운 푸르지오G-팰리스’ △경기 안산시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충북 청주시 ‘힐스테이트청주센트럴’ 등 전국 주요 생숙에서 분양을 받은 사람이 시행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거나 잔금 납부를 거부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장 건축정책관은 “생숙 소유자 중에는 1주택자(무주택자이면서 생숙만 보유한 경우)도 많아 주거 안정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했다.

단 용도변경에 일정 비용을 내야 하는 만큼 일부 소유주 반발이 예상된다. 또 조례 개정을 통해 주차장 기준 완화를 시도했던 지자체에서 특혜 시비 우려로 좌초되기도 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 인천시 등 지구단위계획 상 관광특구로 조성하기로 한 곳에 들어선 생숙은 기존 입지 논리를 철회해야 하는 어려움도 남는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대책 발표에도 문제가 된 생숙 5채 중 3채 가량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용도규제가 유연화되는 추세인만큼 생숙 문제를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오피스텔 전환 기준 완화를 위해 지자체가 결정해야할 사항이 많은 만큼 지자체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