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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P 독립’ 지연… 갤럭시 S25에 ‘엑시노스’ 탑재 불투명

입력 | 2024-10-17 03:00:00

내년초 출시 앞두고 수율 문제 ‘발목’… 하반기 ‘갤럭시 Z플립7’ 탑재 유력
갤 S25 시리즈엔 퀄컴 칩 사용할듯
AP 매입비 급증… 원가 부담 커져
“난항 있어도 자체개발 포기 못해”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인 주력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5’에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DS)부문에서 만드는 AP ‘엑시노스’가 만족할 만한 수율(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가운데 삼성전자의 ‘AP 독립’이 지연되며 관련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엑시노스 2500, 갤럭시 S25 탑재 난항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당초 갤럭시 S25 탑재용으로 개발됐던 신제품 AP ‘엑시노스 2500’의 양산 전 단계에서 수율 문제에 부딪혔다. AP는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엑시노스 2500은 삼성전자의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 양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율 추정치가 양산 가능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선 갤럭시 S25를 건너뛰고 내년 하반기(7∼12월) 출시되는 ‘갤럭시 Z플립7’ 탑재를 목표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대부분의 신형 갤럭시 시리즈에 자체 칩인 엑시노스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스냅드래건’ 제품과 혼용해 탑재해 왔다. 2021년 ‘갤럭시 S22’의 엑시노스 칩 발열 및 성능 논란이 불거진 뒤에는 2023년 탑재를 건너뛰고 엑시노스 성능 향상에 매달렸다. 이후 올해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에 다시 엑시노스를 탑재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갤럭시 S25에 탑재하기에는 고성능 칩 생산 수율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 연간 모바일 AP 매입 비용 10조 넘어서

내년 갤럭시 S25 시리즈에 퀄컴의 스냅드래건 칩이 전량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P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일 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원재료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X사업부는 모바일 AP 매입에 2021년 6조211억 원, 2022년 9조3138억 원, 지난해 11조7320억 원을 지출했다. 2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금액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디바이스경험(DX)부문 전체 원재료 비용의 18.1%를 차지한다.

막대한 개발 비용과 성능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그간 자체 AP에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퀄컴 등 외부 칩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협상력이 낮아지고 원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전문 애널리스트인 대만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퀄컴의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건8 4세대’ 가격이 이전 세대보다 25∼30% 인상될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 내부 공급 체인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이르면 9월부터 엑시노스 2500에 AP 핵심 부품인 실리콘 커패시터를 처음 공급할 계획이었던 삼성전기도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전자기기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하는 부품을 말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P가 초고성능, 초미세 공정 단계로 접어들면서 개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난항이 있더라도 모바일 사업을 가진 회사로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해 자체 AP 개발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