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80만명 동시접속
급성장 크래프톤, 3N 자리 위협
던전앤파이터-리니지도 시장 확대
업데이트-컬래버로 인기 유지
주요 게임사 블록버스터급 IP 비교 자료: 각 사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이른바 ‘3N’이 장악한 국내 게임업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지식재산권(IP)을 앞세운 크래프톤이 무섭게 추격하며 3N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지난달 20일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80만8258명을 기록했다. 동시 접속자 수 80만 명을 넘긴 건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배틀그라운드는 고립된 섬에 떨어진 100인이 각종 무기와 탈것을 활용해 최후까지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게임으로 크래프톤의 블록버스터급 IP다. 2017년 출시 후 PC·콘솔 판매량 7500만 장을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된 PC게임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진출과 다양한 협업으로 상반기 매출 1조3729억 원, 영업이익 64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55% 뛰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2분기(4∼6월) 매출 기준 1위 넥슨, 2위 넷마블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3N의 엔씨소프트를 이미 제쳤다.
주요 게임사 블록버스터급 IP 비교 자료: 각 사
역시 블록버스터급 IP로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넥슨은 올 2분기 자사 3대 IP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의 호조에 힘입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연 투자설명회(IR)에서 블록버스터급 IP를 더 크고 오랫동안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종적 성장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4분기(10∼12월) 출시를 준비 중인 ‘리니지’ IP 기반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를 통해 반등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게임사 블록버스터급 IP 비교 자료: 각 사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게임 평균 수명은 약 3년 2개월에 불과하다. 배틀그라운드가 8년, 던전앤파이터가 20년 이상 지속된 장수 게임이면서 지속적인 매출을 견인하는 비결로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 이탈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틀그라운드는 각종 업데이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중심으로 트래픽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5월 ‘에란겔 클래식’ 맵 업데이트와 6월 뉴진스 협업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성장했다. 유료 결제 이용자도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맵이나 캐릭터 등 이용자의 입맛에 맞춘 게임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며 기존 유저 이탈을 막고 신규 유저들을 확보한 것이 수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록버스터급 IP에 기반한 해외 진출도 도드라지고 있다. 크래프톤이 2021년 7월 인도 지역을 대상으로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는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넥슨도 올해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크게 흥행하며 2분기 던전앤파이터 IP 매출이 전년 동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만 장수 게임의 종적 성장에만 몰두하면 자본력과 시장 규모를 앞세워 매년 신규 대작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에 뒤처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도 기존 I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며 “연내 출시를 앞둔 크래프톤의 ‘인조이’와 최근 출시된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등의 성과가 향후 실적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