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인촌상 수상 소감서 “계속 글 쓰겠다” 담담한 포부
노벨상 수상 뒤 첫 외신 인터뷰선 “지금은 주목받을 때 아냐”
한강 작가가 지난해 11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소설가 한강(54)은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깜짝 수상’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뒤 13일 스웨덴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선 “지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소란스러운 잔치를 열고 싶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런 한강이 어떤 태도로 글을 쓰는지, 또 수상의 순간을 맞는지 엿볼 수 있는 발언이 있다. 2019년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분)을 수상한 자리에서 밝힌 소감에서다.
한강 작가가 2019년 10월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한 자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강은 “10년 동안 책을 계속 써 달라는, 그 후로도 계속 쓰면 좋겠다는 독자 편지를 받았다”며 “그 마음을 먹었으니까 그렇게 저의 삶이 흘러가 주기를 바라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한강은 2019년 10월 11일 인촌상 시상식에 참석해 한 독자로부터 ‘당부의 말’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는 일화를 꺼냈다. 한강은 “(그 독자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전성기가 50세부터 60세 정도인 것 같은데 앞으로 10년 동안 책을 계속 써달라고, 그 후로도 계속 쓰면 좋겠지만 일단 10년 동안 써주면 좋겠다, 그것만 부탁하고 싶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강은 독자의 당부로 자전거를 배울 때 경험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뒤에서 누가 밀어주잖느냐”면서 “밀어주면 계속 밀어주는 줄 알고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데, ‘나 놨다’ 뒤에서 얘기하면 스스로 균형을 잘 잡고 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이어 “저는 자전거 가르쳐준 사람에게 ‘오른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가는 것을 어떻게 하면 되는가’ 물었다”면서 “(그 사람이) ‘일단 페달을 밟고 달리는 것만 알게 되면 오른쪽으로 갈까 생각하면 저절로 몸이 기울어져서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갈까 생각하면 저절로 자전거가 커브를 틀게 될 거다’라고 얘기를 해주더라”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가 지난해 11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그러면서 “그(독자의) 편지를 받고 앞으로 10년 동안 쓸 수 있을 만큼의 글을 쓰고, 더 허락한다면 더 쓰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라면서 “그 마음을 먹었으니까 그렇게 마음이 기울어진 대로 저의 삶이 흘러가주기를 바라게 됐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마쳤다. 외부의 변화로 인해 자신을 이리저리 틀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계속 글을 쓰려는 그 마음을 좇겠다는 취지였다.
한강은 17일 오후 5시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대중에 첫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