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경제단체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대한 경제8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정우용 상장협 부회장,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 박양균 중견련 본부장(왼쪽부터) 한경협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8개 경제단체들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멈춰 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지배구조 관련 20여 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늘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투기 세력에 의한 국부 유출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가 반대하는 대표적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회사’로 돼 있는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총주주’ 등을 추가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가 복수의 투표권을 갖고 특정 이사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법안, 상장 대기업 이사 중 감사위원 전원을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 채 따로 뽑도록 하는 분리선출제 확대 법안에도 반발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는 실질적으로 법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데도 부작용이 커 상법 전공 교수의 63%가 반대하는 사안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수합병(M&A), 투자 결정을 한 이사들을 상대로 배임죄 등의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몇몇 주를 제외하면 도입한 전례도 거의 없다.
최근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사모펀드의 공격을 받아 회사를 뺏길 위기에 처하면서 경제계에선 경영권 분쟁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선진국 기업들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차등의결권 등 방어 수단은 한국 대기업에 전혀 허용되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무리한 지배구조 입법은 기업을 움츠러들게 할 것이다. 제2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을 키워 내기 위한 공격적 미래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