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 많은 민족’ 한국인, 빵 아닌 밥문화 영향
서양의 빵 문화는 유럽의 밀 농사와 연관되어 있다. 밀의 특성은 가을에 씨가 뿌려져 겨울을 나면서 봄에 수확하는 품종이다. 따라서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기후 특성을 가진 지역에 잘 자란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벼는 봄에 뿌려져 가을에 수확하는 품종이다. 특히 벼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잘 자라고 강한 햇빛을 받아야 알이 토실토실 맺힌다.
인류가 아나톨리아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할 때 이 지역에 풍부한 밀을 발견하면서 밀을 기반으로 빵 문화가 탄생했다. 유럽 빵 문화는 수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을 비롯해, 미노아, 크레타, 미케네 문명, 그리스, 로마에까지 이르렀다. 반면에 우리 민족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지나 우랄산맥을 거쳐 아무르강을 지나 우리나라 지역에 자라고 있는 쌀(단립종)을 채취, 재배하면서 밥 문화를 탄생시켰다.
빵의 저장할 수 있는 특징 덕에 일찍이 서양에서는 맛있게 만드는 제빵사가 있었고, 빵을 만들어 파는 가게가 있었다. 일반 시민들은 빵을 사서 먹어야 했고, 빵을 사 먹기 위하여 화폐가 발달하였다. 2000년 전 화산에 묻혀버린 폼페이에서 발굴된 빵, 빵집의 오븐, 빵 가게, 죽은 제빵사의 모습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빵값에 항상 민감하였다. 항상 빵의 가격과 화폐의 가치가 냉철하게 비교되었으며 빵을 구할 돈이 없을 정도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일반 시민들은 빵을 달라 외쳤고 이것이 곧 로마의 멸망,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졌다.
밥은 쉽게 쉬기 때문에 밥 문화는 시장화할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가나 손님이 오면, 심지어 길가는 나그네가 와도 바로 지은 따뜻한 쌀밥을 대접하였다. 텃밭에 있는 푸성귀와 있는 집안에서 기르는 가축을 잡아 지극정성으로 밥상을 차렸다. 밥을 지어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게 하고 편히 쉬어가게 하였다. 이 따뜻한 밥을 먹게 하고 편히 쉬어가게 하는 밥 문화가 정(情)의 원천이다. 정성 들여 지은 따뜻한 밥에는 따뜻한 마음과 정이 있었다. 돈으로 빵을 사야 하는 서양인들에게는 결코 탄생할 수 없는 문화이다.
쌀과 반찬거리가 모두 시장화되어 버린 요즈음은 우리 전통 밥 문화에서 느끼는 정을 옛날 그대로 느낄 수 없다. 아쉬울 따름이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