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단일화-야권 표 결집에 승리 오늘부터 1년 8개월간 임기 시작…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유지 전망 정부 정책과 엇박자에 갈등 우려… 23.5% 낮은 투표율 ‘대표성’ 논란도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한 정근식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에선 10년 동안 계속된 진보 교육의 흐름이 이어지게 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에선 10년 동안 계속된 진보 교육의 흐름이 이어지게 됐다. 반면 보수 진영은 2014년 조희연 전 교육감의 첫 당선 이후 ‘4연패’를 기록했다. 정 후보는 16일 오후 11시가 넘어 당선이 확실시되자 선거사무소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처럼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밝힐 열쇠”라며 “창의력과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윤석열 정부 심판” 메시지 반복
진통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단일화를 이룬 것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정 후보는 후보 등록 후에도 끈질긴 구애 끝에 2022년 선거에서 완주했던 최보선 전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조 후보는 중도보수로 꼽히는 윤호상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표가 분산됐다.
야권 지지자의 표 결집 효과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감 선거는 각 후보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발기인이었던 정 후보는 선거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찍은 사진을 “역사와 진실을 위해 함께해 왔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야권 지지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 혁신학교 등 기존 정책 유지
정 후보는 17일 바로 임기를 시작해 2026년 6월 30일까지 1년 8개월 동안 조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정 후보는 선거 기간 여러 차례 “조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 정부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를 치른 만큼 향후 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학생 84만 명과 연간 예산 13조 원을 책임지는 서울시교육감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문제도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6일 진행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3.5%에 불과했다. 전체 유권자 832만 명 중 100만 명의 표도 얻지 못한 채 당선된 것이다. 교육계에선 낮은 관심으로 선거 때마다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유지할 것인지, 이제라도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