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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 교육-간병인 매칭 플랫폼 개발… 어르신 삶의 질 ‘쑥쑥’

입력 | 2024-10-17 03:00:00

[행복 나눔]진화하는 시니어 서비스
■ 어르신 돕는 사회적 기업 ‘캐어유’
치매 검사-예방 프로그램 등 개발… 교육용 키오스크 만들고 강사 양성
■ 간병인 매칭-파견 ‘코드블라썸’
환자 질병 상태 고려해 간병인 연결… 비용 측정-결제 방식 등 미리 안내



지난해 3월 간병인 매칭 회사 ‘코드블라썸’에서 파견한 간병인(왼쪽)이 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모습. 


“수업이 끝나고 어르신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실 때마다 긍지와 뿌듯함을 느낍니다.”

지난달 26일 신준영 캐어유 대표(48)는 서울 성북구 성북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된 ‘디지털 문해 교육사’ 강의를 마치고 나오며 이같이 말했다. 캐어유는 시니어 치매 예방과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 캐어유 “시니어 치매 예방·디지털 문해 교육”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성북50플러스센터에서 신준영 캐어유 대표(48·오른쪽)가 시니어 교육용 ‘엔브레인 키오스크’를 활용하며 ‘디지털 문해 교육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캐어유 제공

신 대표는 2000년 미국에 건너가 요양원 홍보 및 상담 업무를 맡으며 시니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6년 한국에 돌아와 법률 데이터베이스(DB) 제공 회사 등에서 일하던 그는 2011년 전북의 게임 관련 고교에서 근무하며 학생들과 함께 치매 어르신을 위한 교육용 게임을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캐어유를 창업해 시니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4년 7월 설립된 사회적기업 캐어유는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우울증 및 스트레스 지수 측정과 치매 검사를 제공하는 ‘정신건강 테스트’, 인지기능 훈련을 위한 ‘엔브레인 게임’ 등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잇달아 개발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2016년에는 KAIST 경영대 사회적기업가 MBA(SEMBA)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교육을 이수했다. SEMBA는 역량 있는 소셜 벤처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SK그룹이 KAIST 경영대와 개설한 2년제 MBA 과정으로 현재는 임팩트MBA(IMBA)로 이름을 변경했다.

2019년부터는 중장년층을 위한 생애설계 및 직업교육 기관인 50플러스센터와 연계해 ‘디지털 문해 교육사’ 양성을 시작했으며, 2021년부터 시니어 교육용 키오스크 개발도 시작했다. 신 대표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끝일 줄 알았는데 노인복지 현장에 가보니 기초적인 사용법부터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강사 양성과 교육용 키오스크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캐어유는 성북50플러스센터를 비롯한 6개 기관에서 2, 3급 민간 자격증인 ‘디지털 문해 교육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300여 명의 디지털 문해 교육사가 양성됐는데 이들은 현장에서 다양한 디지털 문해 교육을 진행 중이다. 식당 음식 주문, KTX·고속버스 표 예매,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 등 12가지 상황 체험이 가능한 ‘엔브레인 키오스크’는 현재 전남, 전북, 강원, 제주 등 전국 공공기관과 노인종합복지관 등에 500여 대가 보급된 상태다. 정신건강 테스트와 엔브레인 게임도 각각 모바일 다운로드 횟수가 1만6000여 건에 이른다.

캐어유는 기존 프로그램과 키오스크를 활용한 건강관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엔브레인 키오스크에 체온 등 기본적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와 혈압 측정기기를 연동하는 등의 방식이다. 신 대표는 “시니어가 실생활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체감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더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코드블라썸 “시니어 간병인 매칭”

김민식 코드블라썸 대표(34)가 지난달 5일 중앙사회서비스원 등이 주최한 ‘사회서비스 투자 교류회’에서 간병인 매칭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드블라썸 제공

김민식 대표(34)가 2019년 창업한 ‘코드블라썸’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간병인을 매칭 및 파견하는 회사다. 김 대표는 10대 때부터 조부모와 어머니 등 가족 간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 3, 4학년 때 암에 걸린 어머니와 일본뇌염에 걸린 동생 간병을 위해 중환자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2017년 간이침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토퍼형 매트리스를 판매 및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2018년 KAIST 경영대 SEMBA에 입학해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간병인 매칭 사업 진출을 결심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간병인을 10년 넘게 쓰며 불편했던 경험을 해결하고자 회사를 창업하고 간병인 매칭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동안의 간병 시장은 현금 거래 위주였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간병인이 필요한 환자의 대부분인 고령자들은 오프라인으로 직접 간병인을 찾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간병비 지급과 관련해 마찰도 자주 빚어졌다. 김 대표는 “제대로 된 계약 없이 현금 거래로 이뤄진 탓에 퇴원하며 간병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반대로 간병인이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코드블라썸은 베타테스트, 간병인 연결 사업 인수를 거쳐 2021년 간병인 온라인 매칭 서비스 ‘케어한하루’를 출시했다. 2023년에는 서비스명을 코드블라썸으로 변경했다. 환자의 질병 상태와 병원 정보 등을 입력하면 회사에 가입된 3100여 명의 간병인 중 적합한 간병인을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양측에 구체적인 환자 상태, 업무 범위, 간병비 측정 및 결제 방식 등도 안내한다. 이후 결제내역서와 간병확인서, 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 발급이 진행된다. 이런 편의성에 힘입어 올 9월 말 기준으로 코드블라썸은 누적 돌봄일수 약 215년, 누적 거래액 약 104억 원, 누적 이용자 수 약 37만 명을 달성했다. 코드블라썸은 향후 간병인 매칭 플랫폼 확대와 함께 간병인 온·오프라인 교육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고령자가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