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전국 농가 AI 예방 교육 국내 사례 없지만 해외 464명 사망 여우-소 등 포유류 감염 증가 추세… 향후 변이 통해 대유행 유발할 수도 아직은 백신 없어 독감용으로 접종… 질병청 “생산 가능 체계 마련 노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된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 도래지에서 제주도 당국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조류인플루엔자(AI)는 동물만 감염되는 줄 알았습니다.”
전북 남원시에서 가금류 사육 농장을 운영하는 박영희 씨(64)는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진행한 AI 인체감염증 예방 교육을 듣고 “AI에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걸 새로 알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방교육에서 질병청 직원들은 전국 농가 등을 방문해 AI의 특성과 감염 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및 예방 수칙에 대해 알려줬다. 박 씨는 “교육받은 대로 AI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받고 손 씻기 같은 기본적 위생 수칙도 잘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 “AI가 다음 팬데믹 될 수도”
사람도 AI에 감염된 동물 또는 감염 동물의 분변 등과 접촉하면 AI 인체감염증에 걸릴 수 있다. 급성호흡기감염병인 AI 인체감염증의 주요 증상은 발열, 기침, 인후통, 근육통, 결막염 등이다. 200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세계적으로 총 908명이 AI 인체감염증(H5N1형 바이러스 기준)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고 이 중 464명은 사망했다. 다만 국내 AI 인체감염증 감염자는 현재까지 없다.
아직 AI 인체감염증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국내 방역 당국도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변이를 거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I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팬데믹(대유행)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 당국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고병원성 AI 발생이 많은 시기에 ‘중앙 AI 인체감염증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역학조사관과 검역소 직원 등 고위험군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물론 독감 백신이 AI 인체감염증을 직접 예방하진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 독감과 AI 인체감염증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인체 내에서 두 바이러스가 혼합돼 새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중복 감염을 막기 위해 AI 인체감염증 고위험군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최근 AI 인체감염증 감시체계도 강화했다. 호흡기 증상 외에 결막염과 안구 불편감 등 안과 증상만 있어도 의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안내했다. 최근 미국에서 AI에 감염된 젖소를 통해 감염된 사람이 호흡기 증상 없이 결막염 등 안과 증상만 보였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 “대유행 대비해 백신 비축”
질병청 관계자는 “감염병 대유행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교육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며 “백신 비축에 힘쓰는 한편으로 대유행 초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방역 물자도 충분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