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45년 만에 재공연 유럽서 활동해 온 요나 김이 연출 17~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립오페라단이 1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바그너 ‘탄호이저’ 2막. 영주 헤르만(위 오른쪽·베이스 최웅조)와 그의 조카 엘리자베트(소프라노 레나 쿠츠너)가 손을 잡고 선 가운데 사람들이 노래자랑 대회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2막. 노래자랑 대회가 열리는 큰 홀이다. 1930년대 사무원 복장의 여성들이 타이프라이터를 치며 자료를 정리하고, 히틀러유겐트를 연상시키는 복장의 청소년들도 서 있다. 조카 엘리자베트의 손을 잡은 영주는 어딘가 탐욕스러워 보인다.
원작에서는 1막에만 등장하는 욕정의 여신 베누스(비너스)가 돌아다닌다. 카메라맨이 무대 위에서 그의 표정을 찍고 그 영상은 무대 뒷면에 투사된다. 베누스의 표정은 진정한 사랑을 잃고 고뇌에 빠진 여인을 연상시킨다.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15일 리허설 현장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가 32세 때의 중기 대작 오페라 ‘탄호이저’를 1979년 한국 초연 이후 45년 만에 무대에 올린다. 연출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 온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맡는다. 그는 2015년 국립오페라단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와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한국 청중과 만난 바 있다.
원작에 나타난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를 균등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는 바그너가 이 작품을 위해 내놓은 여러 버전을 섞었다. 1막에는 베누스의 비중이 크고 그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파리 버전을 택하는 한편 장식성이 강조된 발레 장면은 뺐다. 2막과 3막에서는 ‘생생함이 살아있는’ 초연 드레스덴 버전을 사용한다.
리허설에서 구원의 여인 엘리자베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레나 쿠츠너는 이 역을 위해 도면을 그리고 잘라낸 가수 같았다. 순수하고 투과력 강하며 볼륨이 큰 소리가 객석 뒤편까지 선명히 뻗어나갔다. 탄호이저 역의 테너 하이코 뵈르너도 반세기 전 독일의 전형적 헬덴(영웅적) 테너들의 특징적인 소리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출연자는 경건한 기사 볼프람 역의 톰 에릭 리였다. 비브라토가 강하고 여러 결의 소리가 합성된 듯한 개성적인 음색이었으며 힘들이지 않고 소리를 냈다. 그가 노래하는 ‘저녁별의 노래’는 그 어떤 가수와도 달랐다.
쿠츠너와 뵈르너, 리는 17일과 19일에 출연한다. 베누스 역은 메조 소프라노 쥘리 로바르장드르, 영주 헤르만 역은 베이스 최웅조가 맡는다. 18, 20일 공연은 탄호이저 역 애런 코울리와 엘리자베트 역 문수진, 베누스역 양송미, 볼프람 역 김태현, 헤르만 역 하성현이 출연한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필립 오갱이 지휘를 맡았다.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