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소설가 이문열 인터뷰 “매년 기다리다 우리가 받아 기뻐 책 많이 판 나는 노벨상에 안맞아… ‘채식주의자’ 읽고 새로움 느꼈다” ‘부악문원’서 주요작품 개정판 작업
올해 초 경기 이천시 부악문원에서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문열. 건강 악화로 칩거 중인 그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우리 언어로 창작된 우리 문학이 세계 문학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우리 언어로 창작된 우리 문학이 세계 문학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겁니다.”
소설가 이문열(76)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노벨 문학상은 세계 문학에 진입을 공식화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문학의 고급화’를 상징하는 봉우리 같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석영, 고은 등과 더불어 오랫동안 한국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온 그이기에 수상 직후 언론사들이 앞다퉈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건강 악화로 칩거 중인 그와 통화가 이뤄진 건 수상 발표일로부터 나흘이 지난 14일 저녁이었다.
2014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도서전에 참석한 이문열, 한강, 김인숙, 김혜순, 황선미, 이승우, 신경숙, 윤태호 작가(왼쪽부터)가 나란히 서 있다. 런던=뉴시스
한국의 첫 노벨 문학상이 후배에게 돌아갔다. 아쉬움은 없을까. 그는 “나는 노벨 문학상에 맞는 인물이 아닌 건 알지 않나. 책을 많이 팔아서 잘사는 작가는 안 된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같이 문학 하는 사람들인데 그렇다고 해서 뭐 경쟁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이문열은 몇 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돼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요 작품의 개정판을 손보고 있다. 귀향의 꿈을 안고 경북 영양에 지은 집이 2022년 불탄 뒤 그는 경기 이천시 부악문원에 머물고 있다. 건강을 염려하자 그는 “많이 좋아졌다. 산책도 하고 가드닝도 하고 있다”면서 “오늘도 나무 가지치기를 했다”고 했다.
이문열은 2004년 계간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새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식 광대’가 특이한 충격을 줬듯, ‘채식주의자’도 특이하고 개성 있는 작품으로 봤다”고 했다.
‘채식주의자’에 대해 이문열은 “말을 쓰는 방식과 보는 시각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는 ‘먹는 것에 대한 혐오’를 다루는 작품은 잘 없었다”면서 “우리한테 흔히 있는 타입은 아니라서 새로워 보였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