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서민금융 상품 검색하면 미등록 대부업체 등 우선 노출 불법 사금융 상담 작년의 3.2배 “포털이 서민들 피해 방치” 지적
홍모 씨(31)는 정부가 운영하는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기 위해 포털에서 찾은 사이트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해 상담을 받다가 크게 당황했다. 유선으로 연결된 곳이 공공기관이 아닌 불법 대부업체였기 때문이다. 홍 씨는 “포털 상단에 나오는 사이트가 당연히 정부 소액생계비 대출을 주관하는 곳이라 보고 상담받으려 했던 것”이라며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게 아직 남아 있는데 불법 사금융까지 추가로 받았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토로했다.
대부업체들이 포털에서 마치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것처럼 광고하며 이를 ‘미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불법 사금융 신고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포털을 통한 무분별한 불법 대출 광고가 취약 계층의 또 다른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대부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가 금융소비자법을 위반하는 사례라 보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는 정책 상품을 자사가 취급하는 것처럼 과장한 데다 대출상품 및 조건을 허위로 표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포털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법’에는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포털들은 자체적으로 사회 질서에 반하는 사이트가 광고할 수 없도록 내부 기준을 마련해두긴 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대부업체들의 이 같은 광고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김원용 법무법인 심안 대표변호사는 “불법 대출 광고로 인해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도 포털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기 위해 △대부업 등록 요건 강화 △처벌 및 제재 강화 등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달 9일에는 국무조정실이 ‘유튜브 불법 금융 광고’를 근절하기 위해, 인증이 완료된 광고주에게만 금융 상품 광고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포털에서 횡행하는 대부업체들의 불법 광고를 몰아내기 위한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