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열 논술시험 관리 감독 허술” 70여명,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준비 연대, 두번째 사과-재발방지책 발표 “공정성 침해 없어” 재시험 불가 고수
연세대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두 번째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입시의 공정성을 침해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시험 불가 방침은 고수했다. 수험생과 학부모 70여 명은 이번 주중 논술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해 문제 유출 논란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 “지정좌석제 도입” 뒷북 대책
연세대는 15일 밤 발표한 2차 입장문에서 “혼란과 정신적 고통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13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밝힌 것에 이어 재차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다만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유출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재발 방지 대책 5가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 중 ‘시험관리 시스템 재점검’, ‘감독관 교육 강화’, ‘수험생 및 학부모가 제기한 의견 검토 후 반영’ 등 3가지는 선언적 내용이었다. 또 ‘지정좌석제 도입’과 ‘출제문제 사전검토 2단계 이상으로 강화’는 이미 다른 대학 상당수가 도입한 것이어서 ‘뒷북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또 연세대는 15일 촬영된 시험지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것과 관련해 신원이 특정된 2명과 특정되지 않은 4명 등 총 6명을 서대문경찰서에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16일에는 논술시험 과정에 공정성 훼손 사실이 있었는지 전반을 수사해 달라고 추가로 경찰에 의뢰했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 수험생 “이미 공정성 상실” 주중 소송 제기
12일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응시한 대학생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 5명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감독관이 시험지를 잘못 배부한 것을 깨닫고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이 과정에서 수험생 절반가량이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들었다. 수험생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서 문제 유출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휴대전화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보관했기 때문에 문제 유출은 없었다”는 대학 측 설명이 사실과 안 맞다는 것이다. A 씨는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집단 소송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험생과 학부모 70여 명이 모였다”며 “이번 주 내 법률대리인 선임을 마치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